빌딩 숲의 대명사인 미국 뉴욕의 맨해튼. 맨해튼 남쪽에서 월스트리트 방향을 바라본 모습이다./프레드 수(위키피디아)

☞ ①/②편에서 계속

이진석 리얼티코리아 부사장과의 대화는 올해와 내년의 빌딩 투자 동향에 이어 MZ세대의 빌딩 투자 트렌드로 이어졌다.

(이야기를 막 시작하려는데 이 부사장의 스마트폰이 또 울렸다. 고객이 젊은 사람 같았다.)

MZ세대의 빌딩 투자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가 빌딩 투자를 많이 하나?

“MZ세대들의 사회활동이 왕성하다. MZ세대 가운데 비트코인에 투자하거나 IT(정보기술)기업이나 게임업체를 창업해 돈을 번 사람들이 많다. 이들이 재테크 수단으로 빌딩을 사려고 한다. 최근에 30대 중반의 벤처캐피탈리스트가 250억원짜리 빌딩을 산 적이 있는데, 300억원대 빌딩을 하나 더 사고 싶어서 매물을 찾고 있다.”

−MZ세대 투자가 얼마나 늘고 있나?

“최근 3년간 추이를 보면 매년 대략 10~20%씩 늘고 있다.”

주식과 코인 투자로 돈을 번 20~30대 MZ세대들이 베이비붐 세대의 주요 재테크 수단이던 빌딩 투자에 공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서구 등촌동 홈플러스 본사에서 MZ세대 상품 바이어들이 회의를 하는 모습./홈플러스

−MZ 세대가 빌딩 투자에 주목하는 이유는?

“부모 세대가 부동산에 투자해 부를 축적할 때 자신들은 3~4세 정도 밖에 안됐을 사람들이다. 이후 주택 가격이 올라가고 ‘강남 불패’ 신화가 생기는 것을 지켜보면서 나도 나중에 돈 벌면 강남 부동산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빌딩을 사서 어떤 용도로 쓰나?

“한 채를 사서 회사 사옥으로 쓰기도 하고, 여러 채를 사서 임대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거래건수의 절반은 사옥 목적이고, 나머지 절반은 개인용 투자 목적으로 사는 것으로 판단된다. 개인용 투자 목적으로 사는 경우에도 대부분은 법인을 세워 법인 명의로 산다. 개인 명의로 운용하는 것보다 세금이 적게 나오고 대출도 쉽기 때문이다. 매입할 때 빌딩 가격의 50% 정도는 대출을 받는다.”

공격적인 투자 성향

−MZ세대가 선호하는 빌딩 유형이나 지역은?

“빌딩 시장에 신규로 진출하는 세대인데도 과거의 명성을 중요시한다. 서울 강남의 신사동 청담동 테헤란로 주변의 빌딩을 선호한다. 자신의 직장과 거주지와 가까운 지역에 위치한 빌딩을 많이 찾는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부동산 투자 방식과 비슷한데, 부모들이 하는 것을 보고 그대로 배운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들은 또 투자할 때 공격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빌딩을 살 때 임차인을 바꿔서 새로운 매장을 들이거나 리모델링할 생각을 많이 갖고 있다.”

테헤란로와 인접한 지역의 건물들은 MZ세대가 선호하는 대표적인 투자 대상이다. 사진은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주변의 테헤란로./김기훈 기자

−MZ세대의 재테크 포트폴리오 중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포트폴리오 중 50% 정도를 부동산에 넣는 것 같다. 주식은 고위험 고수익 자산이지만, 부동산은 안전자산이라고 보고 전체 자산의 50% 정도를 안전하게 관리하려고 하는 것 같다. MZ세대는 주식이나 코인, 채권 등 금융자산들은 부동산만큼 유용한 헤지(위험회피) 수단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빌딩 투자의 매력은?

인터뷰를 시작한지 벌써 2시간이 훌쩍 넘었다. 이 부사장은 인터뷰 내내 시장 트렌드는 전달하지만, 고객의 거래 정보를 노출시키기 않기 위해 말을 매우 신중하게 했다.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 지을 시간이다. 독자들 가운데 빌딩 투자에 관심 있는 사람이 있을 듯해 이 부사장이 20년 동안 현장에서 갈고 닦은 빌딩투자 노하우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독자들을 위해 20년 동안 발품을 팔며 축적한 빌딩 투자 노하우를 좀 알려달라. 먼저, 빌딩 투자의 매력은?

“요즘은 대출 규제가 심해 어떤 투자 상품을 사도 대출을 거래대금의 50~60% 정도까지 받기는 어렵다. 주택, 금, 달러를 살 때에도 모두 그만큼 대출이 안된다. 이런 상황에서 타인자본(대출)을 받아 자기자본을 증식시킬 수 있는 안전자산이 빌딩이다. 빌딩도 주택시장의 LTV(주택대출담보인정비율)나 DTI(총부채상환비율)처럼 RTI(임대업이자상환비율)라는 대출 규제가 있다. 임대수익의 1.5배 이상 대출을 금지한 규정이다. 이런 규제가 있지만 법인의 경우 좀 더 대출이 가능해 대체로 건물 가격의 50%까지는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주택 담보 대출은 정부 규제가 심하지만 빌딩 담보 대출은 아직 규제가 덜한 편이다. 사진은 지난 11월 23일 하나은행의 대출 창구./연합뉴스

−빌딩은 어떻게 분류되나?

“대형 빌딩은 연면적 3000㎡ 이상, 대략 15층 이상이다. 가격은 대략 1000억~2000억원이다. 서울에서 한해 60~70건, 약 10조원 정도 거래된다. 10년 전에는 거래 규모가 6조~7조원이었으나 이후 꾸준히 성장했다.

중소형 빌딩은 연면적 3000㎡ 이하로 대략 15층 이하이다. 금액으로는 30~500억원 수준이다. 사무실, 상가, 주거 목적으로 특정되어 있는 것도 있고, 이러한 용도들이 서로 섞여 있는 것도 있다. 중소형 빌딩 시장의 규모가 대형 빌딩 시장보다 훨씬 크다.”

빌딩 투자의 요령

−빌딩을 투자할 때 요령은?

“첫째, 내가 좋아하는 건물을 사지 말고 임차인이 좋아할 건물을 사야 한다.

둘째, 현재의 임대료가 적정한지, 임대료가 앞으로 상승할 여지가 있는지, 임차인을 다른 사람으로 바꿀 수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셋째,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빌딩의 미래 가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과거에 이 빌딩이 얼마였는데 거기에 비추어 보면 지금은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면서 떨어지기를 기다리다 보면 결국 못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주저하다가 기회를 놓친다. 내가 빌딩 매매를 중개한 20년 동안의 경험을 돌이켜 보면 서울 주요 지역의 상업용 부동산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단 한번도 떨어진 적이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보합세를 유지했다. 그렇기 때문에 빌딩 가격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경우 결국 매입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진석 부사장은 지난 20여년 동안 외환위기를 제외하고는 서울의 핵심 상업지역 빌딩 가격이 하락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사진은 임창열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앞줄 왼쪽)과 미셸 캉드쉬 IMF 총재(오른쪽)가 1997년12월3일 오후 서울 세종로청사에서 국제통화기금(IMF) 긴급자금지원 최종 협상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조선일보DB

−20년간 빌딩 매매 컨설팅을 해 주면서 성공한 사례를 들면?

“서울 용산구 유엔빌리지 근처 한남5거리에 있는 폴바셋 커피숍을 들 수 있다. 임차인이 2013년쯤 지하 1층 지상 4층 건물을 40억원에 매입할 당시 부동산 중개업소, 마트, 라이브바, 교회가 입주해 있었다. 새 주인이 건물을 산 뒤 승강기만 추가해 주고 임차인인 커피숍이 자기비용을 들여 리모델링을 했다. 현재 가치는 200억원이다.

또다른 사례로는 서을 선릉역 근처의 MG손해보험 빌딩을 들 수 있다. 대지 334평(1평=3.3㎡), 연면적 3800평의 대형 빌딩이다. 2017년에 810억원에 거래하도록 도와줬다. 연면적 평당 2090만원에 산 것이다. 지금은 평당 4000만~4500만원으로 올랐다. 테헤란로에는 임차수요가 풍부해 공실이 별로 없다. 현재 가격은 1500억원 이상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5거리의 폴바셋 커피숍. 다양한 점포들이 입점해 있던 건물(왼쪽)을 고급 커피숍으로 리모델링해 가치를 높인 사례로 꼽힌다./리얼티코리아

−빌딩을 살 때 필요한 자금의 50%는 자기 돈으로, 나머지 50% 정도는 대출을 받아 주로 조달한다고 했다. 다른 비용이 있다면?

“취득세가 매매대금의 4.8% 정도 나오고, 중개수수료가 0.9% 범위 안에서 나온다. 그러니 100억원짜리 빌딩을 산다고 할 때 5억7000만원 가량의 부대 비용이 추가로 드는 셈이다. 빌딩 매매대금과 별도로 이 자금도 준비해야 한다.”

임대료 수준과 공실률

−적정한 임대료 수준은?

“임대료로 세금과 대출을 갚을 수 있다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

−부동산 투자에서 가장 큰 골치거리는 공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주인 입장에서 볼 때 공실이 생기면 임대료는 안들어오고 관리비도 자기가 내야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코로나 사태와 인터넷 발달로 상가와 사무실 공실이 많이 증가했다. 공실률은 대략 어느 정도인가?

“현재 공실률 상황을 보면 서울의 대형빌딩 평균이 12%이다. 20개층 중에 18개층은 차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 정도 공실률이면 임대료 수입으로 자금흐름이 선순환될 수 있다. 기업 경기가 안좋을 때 공실률이 많이 발생하지만, 불경기에 돈을 잘 버는 기업들도 있기 때문에 좋은 위치의 빌딩들은 새로운 임대인을 구하기 어렵지 않다. 임차인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유치하느냐에 따라 공실률은 달라진다.”

개인투자자들이 대출을 받아 매매하고 있는 서울 강남의 중소형 빌딩들./리얼티코리아

−자금이 부족하면 여러 사람들과 공동으로 빌딩을 사도 괜찮은지?

“빌딩 업계에서는 몇몇의 공동 빌딩투자를 부티끄 사모펀드라고 하는데, 부티끄 사모펀드 사례는 별로 없다. 상업용 부동산은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만약 중간에 누군가 돈이 필요할 때 돈을 빼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단독주택이나 지방의 토지보다는 도심의 빌딩이 환금성이 더 좋다.”

−빌딩 매매와 관련해 개선해야 할 제도가 있다면?

“상가임대차 보호법에 따르면 임차인은 특별한 잘못이 없는 한 10년간 영업을 보장 받고, 임대인은 임대료도 연 5% 이상 올리지 못한다. 그러나 상가의 규모와 상관 없이 일률적으로 규제하기 보다는 규모에 따라 보장 기간을 달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보증금과 월세 환산금을 합해 3억원, 5억원, 10억원, 20억원 등으로 기준을 정한 뒤 저소득층 상가의 경우 영업 기간을 오래 보장해 주고, 고소득층 상가는 보장 기간을 줄이는 것이 합리적이다. 임차 보장 기간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또 월세 체납 등으로 임대인과 임차인간의 분쟁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 분쟁 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빌딩의 경우 보증금 비율이 월세 1년치 정도 밖에 안되기 때문에 분쟁이 1년 이상 길어지면 임대인의 피해가 커지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끝내고 일어나면서 “20년간 빌딩 매매를 했으니, 개인적으로 빌딩을 몇 채쯤 갖고 있을 것 같다”고 했더니, 이 부사장은 “개인적인 사정이라서…”라며 답변을 피했다. 건물 밖으로 나오니 흐린 하늘에서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빌딩 중개 전문업체인 리얼티코리아의 이진석 부사장이 지난 12월 14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빌딩 투자 동향과 요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김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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