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의 모습. 2019년 12월 공사를 시작했지만 2년 넘게 분양이 이뤄지지 않아 공사비를 못 받은 시공사들이 '다음 달부터 공사 중단'을 통보하면서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 포레온)가 공사 중단 위기에 처했다. 2019년 말 착공해 2년 넘도록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한 건설사들이 분양 지연과 공사비 증액을 놓고 조합과 갈등이 심해지면서 “더는 손해를 감수할 수 없다”며 4월15일 공사 중단을 통보한 것이다. 조합 측은 “일방적인 공사 중단은 계약 위반”이라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공사가 중단되고 법적 공방이 벌어지면 ‘올해 상반기 분양, 내년 입주’라는 목표가 기약 없이 밀릴 가능성이 크다. 새 아파트 입주를 기다리는 조합원과 청약 대기자들의 괴로움도 길어질 전망이다.

◇분양 지연·공사비 갈등에 공사 중단 위기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롯데건설·대우건설)은 전날 강동구청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공사 중단을 예고하는 공문을 보냈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기존 5930가구를 헐고 1만2032가구를 새로 짓는 사업이다. 완공되면 송파구 ‘헬리오시티’(9510가구)를 넘어 단일 단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 아파트가 된다. 현재 전체 공정의 절반 정도가 진행됐다.

건설사들이 공사 중단을 결정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일반 분양이 미뤄지면서 2년 넘게 공사비를 못 받아 금융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공사 과정에서 조합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공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자체 자금 1조6000억원을 들여 ‘외상’ 공사를 했는데, 조합은 분양을 계속 늦추고 설계 변경에 따른 정당한 공사비 증액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공사들은 조합이 공사비 증액을 수용하고 분양 절차를 시작하지 않으면 다음 달 15일부터 공사를 중단한다는 입장이다.

조합 측도 강경한 태도다. 분양이 늦어지는 것은 정부 규제로 적정한 분양가를 책정하지 못한 탓이 크고, 시공사가 주장하는 공사비 증액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2020년 상반기 3.3㎡(1평)당 3500만원 수준으로 분양을 추진했지만, 분양가를 3000만원 이하로 책정한 HUG의 보증을 받지 못해 분양이 연기됐다.

조합 내분도 있었다. 2020년 6월 당시 조합 집행부는 전체 공사비를 2조6000억원에서 3조2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한 계약을 맺었다가 두 달 뒤 조합원들에게 해임당했다. 새로 바뀐 조합 집행부는 당시 공사비 증액 계약이 조합원들에게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맺은 계약이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들이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분양가 추정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도 분양이 밀리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시공사와 조합의 갈등이 격화되자 최근 서울시가 중재에 나섰지만, 공사비 증액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가 너무 커서 성과가 없었다.

◇소송전 비화 우려, 내년 입주 어려울 수도

애초 부동산 시장에서는 둔촌주공이 올해 상반기 중 일반 분양을 하고 내년 하반기쯤 입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조합과 건설사 간 소송이 시작되면 판결이 나기 전까지 공사가 중단되기 때문에 분양과 입주가 모두 밀리게 된다. 6000명 넘는 조합원은 그때까지 전·월셋집을 전전해야 하고, 4700가구가 넘는 일반 분양을 기다리던 청약 대기자들의 주택 마련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다만 시공사와 조합 측 모두 소송 추진과는 별도로 협상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극적으로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 조합 관계자는 “부득이하게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재건축 사업을 빨리 마무리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