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분야 주요 자재인 시멘트와 레미콘 가격이 줄지어 오르면서 신축 아파트 분양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전기 요금 급등으로 전기 수요가 큰 시멘트와 철강 가격은 올해에 더 오를 전망이다. 정부가 전국적으로 급증하는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청약 관련 규제를 큰 폭으로 완화했지만, ‘건설 자재발(發) 인플레이션’으로 분양가가 치솟으면서 정책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정보 업체인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평균 3474만원으로 1년 만에 676만원(24%)이나 올랐다.

◇전기료→ 건설 자재→ 분양가 도미노 상승

레미콘과 건설업계는 올해 수도권 레미콘 가격을 현재 ㎥당 8만300원에서 8만8700원으로 10.4% 인상하기로 최근 합의했다. 1월에 우선 4200원을 올리고, 5월에 4200원을 추가로 인상한다. 이번 레미콘 가격 인상은 지난해 11월 국내 주요 시멘트업체가 시멘트 가격을 t당 9만2400원에서 10만5000원으로 약 14% 올린 데 따른 것이다. 작년 2월 시멘트 단가를 18% 인상한 시멘트업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주요 원자재인 유연탄과 물류비 등 원가 부담이 불어나자 9개월 만에 다시 시멘트 값을 올렸다.

그런데도 시멘트업계는 다시 추가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전력이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을 kWh당 13.1원 올렸기 때문이다. 전력비는 시멘트 생산 비용의 20% 안팎을 차지한다. 시멘트업계는 이번 전기 요금 인상으로 제조원가가 t당 7600원 상승할 것으로 추산한다. 한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이번 전기 요금 인상으로 개별 업체들이 추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만 90억~100억원 수준에 달한다”며 “전기 요금이 2분기에도 추가 인상될 경우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했다. 시멘트 값이 오르면 레미콘 가격도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또 다른 주요 건자재인 철근 역시 전기 요금 인상으로 향후 단가가 인상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철 값 하락으로 지난 연말 철근 값이 소폭 하락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며 “철근 수요가 급감하지 않는 한 가격 인상을 피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자재 값 상승은 아파트 공사비를 인상시키고 결국 분양가를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건설 공사에 투입되는 원자재와 인건비 변동 등 건설 부문 물가지수인 건설공사비지수는 최근 2년 새 24%나 올랐다. 게다가 최근 정부가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을 분양가상한제 지역에서 해제하면서 건설사나 정비사업 조합 등 공급자는 건축비 인상분을 자유롭게 분양가에 반영시킬 수 있게 됐다. 새로운 분양가 인상 요인이 생긴 셈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부의 규제 완화로 전매 제한이나 실거주 의무가 사라지고 중도금 대출도 가능해졌지만, 이미 대출 금리가 7%를 넘는 상황에서 분양가 인상은 실수요자가 청약을 주저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건설사 수익 타격... 공급 위축 우려

자재 값 인상은 건설사 실적에도 타격을 줄 전망이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중 6개 건설사가 도시정비사업 부문에서 수주 신기록을 달성했지만,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영업이익은 감소하는 추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건설업체 7곳 중 5곳은 작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5~4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원자재 값 폭등으로 인해 공사비가 늘어나면서 주택 공급도 위축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국 주택 착공 물량은 35만8098가구로, 2021년 같은 기간(50만1878가구)보다 29% 줄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는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데 미분양은 쌓이고 있다”며 “지난해 수주한 정비사업장 중에서도 공사비 증액 문제로 갈등을 겪는 사업장이 여럿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