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올 들어 공공택지 연체액이 5월까지 6000억원을 넘는 등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공사비 급등과 미분양 우려로 아파트 착공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택지는 LH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땅을 개발해 건설사·시행사에 공급하는 대규모 부지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만큼 비교적 저렴한 서민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 이처럼 공공택지 연체금이 급증하면 LH의 재무 상태에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서민용 주택 공급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18일 본지가 입수한 LH 공공택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LH 주거용 공공택지 중도금 연체액은 6878억원으로 집계됐다. 현재까지 연체액이 작년(8302억원)의 80% 수준으로, 업계에선 올 연말이면 연체액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았던 2008년(9536억원)을 넘어 역대 최대인 1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공공택지는 민간이 개발하는 일반 택지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건설사나 시행사들 사이에서 ‘로또’로 통했다. 추첨을 통해 공급되는데, 2~3년 전만 해도 택지를 받기 위한 경쟁률이 수백대1을 넘는 사례가 많았고, 일부 건설사는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유령 자회사를 동원하는 바람에 문제가 되기도 했다. 대금 연체액도 2020년 653억원, 2021년 1310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연체액이 8302억원으로 급증했다.

공공택지를 낙찰받은 건설사·시행사는 3~5년에 걸쳐 매각 대금을 지급하는데, 연체될 경우 연 8.5%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수도권의 택지 매각 대금을 200억원 정도 연체하고 있는 한 시행사 관계자는 “공사비는 최소 30% 올랐고, 공사비 조달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금리도 3배가 됐다”며 “이자 부담이 상당하지만, 일단은 버티는 중”이라고 말했다. LH도 난감한 상황이다. 규정상 택지 대금이 6개월 이상 밀리면 계약을 취소할 수 있지만, 다른 매수자가 나타날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 LH 관계자는 “6개월 이상 대금이 연체되더라도 가급적 계약을 유지하고 기업들이 사업을 유지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택지 개발이 지연되면서 서민 주거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택지 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서민·중산층의 내 집 마련 기회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는다”며 “일시적으로라도 연체 이자를 낮춰 건설사 부담을 줄여주면, 그나마 사업 진행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