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중동 붐’을 노리는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중동 주요국이 고유가로 챙긴 ‘오일 머니’를 탈(脫)석유 및 산업 다각화를 위한 대형 프로젝트에 쏟아붓는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자, 각국이 수주를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선 올해 하반기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전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중동 건설 시장 규모는 6943억달러(약 911조원)로 전년(6177억달러)보다 12.4%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세계 평균 성장률(2.8%)의 4배를 넘는 규모다.

최근 중동 국가들은 고유가로 재정 여건이 크게 개선되면서 잇따라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구체화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이 사우디가 추진하는 5000억달러(약 650조원) 규모의 네옴시티 조성 사업이다. 서울 면적의 44배인 미래 도시 건설을 위해 전 세계 건설·에너지 기업들이 치열할 수주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다음 달 입찰이 마감되는 네옴시티 고속철도 터널 공사에는 대우건설을 비롯해 중국 상해터널공정, 프랑스 솔레탕슈바시, 스페인 악시오나, 이집트 페트로제트 등이 입찰에 나설 예정이다.

다른 걸프 국가들도 앞다퉈 대형 프로젝트를 예고하고 있다. 쿠웨이트는 ‘뉴쿠웨이트 2035′ 계획에 따라 압둘라 스마트시티 개발 프로젝트, 알주르 석유화학단지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고 있고, 카타르는 라스라판 LNG 개발 프로젝트, 중동 주요 지역을 잇는 GCC 철도 연결 사업 등을 계획 중이다. 이라크도 바그다드 해수 처리 시설과 경전철 등을 추진한다.

특히 중동은 그린수소와 블루수소 생산에 필요한 재생에너지원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어 앞으로 수소 플랜트 발주가 대폭 확대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국내에선 끊긴 원전 발주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중동 내 원자력 발전 용량은 2030년까지 현재의 10배 수준인 580억kWh(킬로와트시)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는 향후 원전 건설에 400억달러, 그린수소 등 기타 신재생 사업에 32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