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계열의 건설·친환경 에너지 기업인 SK에코플랜트가 최근 ‘데이터센터 공동 개발’ 사업을 위한 약 4400억원 규모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조달에 성공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사업은 싱가포르 데이터센터 사업자 ‘디지털엣지’와 인천 부평에 국내 최대 규모인 120MW(메가와트) 하이퍼스케일급(초대형) 상업용 데이터센터를 조성하는 것이다. 최근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PF를 조달하지 못해 대형 건설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무산되는 상황에서, 데이터센터를 앞세워 대규모 자금을 유치한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물류센터나 주상복합 등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사업 부지가 공매로 나오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데이터센터는 향후 높은 수익성이 기대돼 투자자들이 큰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챗GPT 등 생성형 AI(인공지능)가 급성장하면서 부동산 업계에서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기업의 방대한 정보 저장을 위한 서버, 네트워크 회선 등을 제공해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통합 및 관리하는 시설을 말한다. 건설사들은 단순히 데이터센터 건물을 짓는 것에서 벗어나 시행, 운영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자산운용사들도 리츠(부동산투자신탁)와 펀드 운용을 목적으로 데이터센터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그래픽=김현국

◇건설사도 자산운용사도 ‘데이터센터’ 러시

그동안 통신사가 독점해온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은 건설사와 자산운용사를 비롯해 글로벌 사업자까지 진출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대형건설사들은 단순 시공에서 탈피해 데이터센터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직접 개발에 나서고 있다.

GS건설은 2021년 데이터센터 운영을 담당하는 자회사 ‘디씨브릿지’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사업 개발과 시공은 물론 영업·운영에 이르는 전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GS건설은 영국계 사모펀드 액티스, 파빌리온자산운용과 함께 내년 완공을 목표로 경기 안양시에 21M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조성 중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NHN과 협력해 경남 김해시에 데이터센터를 개발할 예정이다. 보성그룹도 2030년까지 전남 해남에 있는 ‘솔라시도 기업도시’에 400MW급 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데이터센터에너지효율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상업용 데이터센터는 40곳. 2027년에는 74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하이퍼스케일급 위주로 신규 공급이 이뤄지면서 국내 데이터센터 총 용량은 현재 544MW에서 2027년 1850MW로 3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그래픽=김현국

이처럼 데이터센터 개발이 활발한 것은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인공지능)가 급성장하면서 방대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 회사 존스랑라살(JLL)의 앤디 크벤그로스 수석부사장은 “글로벌 거시 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데이터센터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체 자산으로 투자자들이 큰 관심을 보인다”고 했다.

자산운용사들도 데이터센터 가치를 높게 평가해 개발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경기 하남시와 고양시에 데이터센터를 개발하고 있다. 코람코자산운용도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내에 2025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외국 기업들도 국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임대업(리츠) 1·2위 사업자인 미국 에퀴닉스와 디지털리얼티는 최근 서울 상암동과 경기 김포시 등 수도권 일대에 공격적으로 데이터센터를 개발하고 있다. 이경자 삼성증권 대체투자팀장은 “한국은 저렴한 전력비와 거대 통신사의 잘 갖춰진 네트워크 회선, 클라우드 산업 성장성 등으로 아시아 데이터센터 허브로 기능할 잠재력이 크다”고 했다.

◇송배전망·주민 민원 문제 해결해야

국내 데이터센터 사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가장 큰 문제다. 데이터센터는 전력 소모가 많은데, 서울과 수도권은 전력이 부족하고 지방엔 전력이 남는다. 하지만 송배전망이 부족해 남는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도 여의치 않다.

데이터센터 개발 예정지마다 ‘혐오시설 논란’으로 빗발치는 주민들의 반발 민원도 문제다. 2019년엔 네이버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경기 용인에 추진하던 데이터센터 사업을 중도에 포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