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주 연속 상승’ VS ‘49주째 하락’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부동산원과 민간 기관인 KB국민은행이 각각 발표한 지난주 서울 아파트 값 주간 동향이다. 언제 집을 사고팔아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실수요자 입장에선 이런 엇갈린 통계 때문에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국부동산원의 ‘7주 연속 상승’ 지표를 보면 서울 아파트 값은 바닥을 다지고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반면 KB국민은행의 ‘49주째 하락’ 통계에 따르면, 비록 하락 폭이 줄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내리고 있다.

그래픽=이지원

이처럼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할 때마다 ‘집값 통계’를 둘러싼 논란은 반복되고 있다. 집값이 급등했던 2020~2021년엔 부동산원이 조사한 집값 상승 폭이 민간 통계보다 너무 작아 논란이 됐었다. 두 통계가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조사 표본이 다르고, 조사 담당자의 주관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매일 가격이 급등락하는 주식이나 코인과 달리, 변동의 속도가 느린 주택 시장을 주간 단위로 통계화하려다 보니 생긴 부작용”이라며 “부동산 관련 정부 통계를 더 개방해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엇갈린 집값 통계

1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前週)보다 0.03% 상승했다. 10억원 아파트라고 치면 1주일 새 30만원 오른 것이다. 5월 15일(-0.01%)을 끝으로 하락 행진을 멈추고 7주 연속 올랐다. 경기(0.04%), 인천(0.05%)도 상승했다. 반면, 같은 날 기준으로 조사된 KB국민은행 통계에서 서울 아파트 값 등락률은 -0.02%를 기록하며 작년 7월 18일 이후 49주째 하락세가 이어졌다. 경기, 인천도 각각 -0.03%를 기록했다. 최근 7주 치 변동률을 누적하면 부동산원 통계로 서울 아파트 값은 0.26% 오른 반면, KB 통계는 -0.43%였다.

일부 지역은 변동 폭에서 큰 차이가 나는 사례도 있다. 지난주 서울 중랑구 아파트 값은 부동산원 통계에서 -0.01%, KB 통계에서는 -0.33%였다. -0.01%는 보합에 가까운 수치지만, -0.33%는 급락으로 해석된다.

이렇게 집계 기관에 따라 통계가 들쑥날쑥하다 보니 실수요자들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내 집 마련 시점을 고민 중인 직장인 김모(41)씨는 “통계도 제각각이고, 어떤 통계를 인용하느냐에 따라 전문가들의 의견도 너무 달라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주간 통계의 태생적 한계”

우리나라는 주택의 60% 이상이 표준화된 아파트이고, 거래도 빈번하기 때문에 이 같은 주간 통계를 내고 있다.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부정확성의 우려도 있다. 한국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의 통계가 차이가 나는 가장 큰 이유는 표본 때문이다. 부동산원은 전국 3만2000가구, KB국민은행은 전국 6만2000가구를 표본으로 한다. 표본 대상이 되는 아파트도 다르다. 만약 같은 기간 부동산원 표본에 포함된 아파트의 거래 가격이 상승한 반면, KB국민은행 표본 아파트 값이 하락하면, 두 통계의 결과는 달라지는 것이다. 짧은 주간 단위로 통계를 집계하다 보니, 이런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표본을 근거로 매주 집값 통계를 발표하는 것은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반면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등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국은 실거래가만으로 월간 통계를 만든다.

조사원의 주관이 개입되는 것도 수치가 차이 나는 이유다. 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 모두 협력 공인중개업소의 1차 조사를 토대로 본사나 지사 소속 조사원이 보정 작업을 거친다. 표본에 포함된 아파트가 조사 기간에 거래가 없었다면, 주변 아파트 시세를 참고하거나 집주인이 제시한 호가 등을 감안해 산출한다. KB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표본은 1만1700여 가구인데, 올 2분기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주간 거래량은 평균 700~900가구 정도에 그친다. 전체 표본 대부분이 실거래 사례 없이 통계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최근처럼 주택거래가 적을 때는 조사원 주관이 더 많이 개입되고, 허수(虛數)가 포함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부동산원은 공기업이라는 특성 때문에 정권 입김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개인 정보 보호 때문에 지금껏 공개되지 않던 주택 관련 공공 데이터를 전문 기업들에 개방해, 통계의 정확성 경쟁을 벌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