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에서 ‘철근 누락’ 사태가 잇따른 가운데, 이번엔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급한 약 2만 가구 아파트에서 첨단 설비인 ‘지능형 홈네트워크’ 시스템의 핵심 장치가 빠진 사례가 확인됐다. 첨단 시스템을 앞세워 아파트를 홍보하지만, 정작 중요한 설비는 누락한 것이다. 이에따라 SH는 한 가구당 30만원씩 최소 60억원을 보상하게 될 전망이다.

9일 SH와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하자조정위)에 따르면, SH가 서울 강동구에서 공급한 한 아파트(2020년 입주)에서 지능형 홈네트워크 시스템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예비전원장치가 누락된 것으로 밝혀졌다. 지능형 홈네트워크 시스템은 거실에 부착된 월패드(주택 관리용 단말기)로 가스와 난방, 조명 등 가구 내 주요 기능을 제어하는 것으로, 외부에서 스마트폰 앱으로도 작동시킬 수 있다. 국토부는 가정 내 설비가 점차 자동화되는 추세에 맞춰 2009년 3월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 설치 및 기술기준’을 마련했는데, 여기엔 정전에 대비한 예비전원장치 확보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입주민들이 가스불을 켜 놓고 외출한 후 나중에 스마트폰 앱으로 끄겠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정전이 돼 이런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이 아파트 입주민 이모씨는 작년 2월 예비전원장치 누락 하자를 확인하고, 하자조정위에 분쟁 재정(裁定) 신청을 했다. 하자조정위는 심사를 거쳐 SH에 책임이 있다며 31만4780원을 이씨에게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이 같은 가구가 2만900가구인 것을 감안하면, SH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만 60억원이 넘는다. SH는 “해당 아파트의 지능형 홈네트워크가 예비전원장치 의무 대상인지 몰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입주민들은 “SH가 건축비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입주민들이 잘 모르는 설비와 장치를 의도적으로 누락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 입주민은 “전문적 지식이 없는 입주민들은 이런 사소한 하자는 알기가 쉽지 않다”며 “이런 하자는 분쟁조정위에 가기 전에 미리 건설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