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시 종로구 관철동 젊음의 거리 입구./ 유튜브 땅집고TV 캡처

한때 1등 상권이었던 종로구 관철동 젊음의 거리가 이제는 ‘공실의 거리’로 불릴 정도로 쇠퇴하고 있다.

최근 들어 공실률이 많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현장은 암담한 상황이다. 종각역 4번 출입구를 나서자마자 건물이 통째로 비어있다. 대로변 따라 몇 걸음 걷지 않아도 1층 상가 곳곳에 임대문의 딱지가 보였다. 7번출구 앞과 11번 출구 앞도 마찬가지. 통신사 매장은 물론이고 1층 매장이 연달아 텅 비어 있다. 통임대를 내놓은 건물도 많이 보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종로 상가 공실률은 중대형 상가가 9.5%, 소규모 상가가 9.7%다. 서울 평균 공실률인 8.6%, 6.3%보다 높은 수치다.

종로 상권 중심인 ‘젊음의 거리’ 입구에 있는 건물 1층은 원래 의류 브랜드 ‘뱅뱅’이 있던 자리로 유명했다. 하지만 6년째 공실 상태다. 전용 67평인 이 상가는 현재 보증금 6억, 월세 6000만원에 매물로 나와있다.

오래된 공실이 채워지지 않는 상황임에도 아직 종로의 상가 임대료는 높은 수준이다. 종로 중대형 상가 평균 임대료는 평당 7만8000원으로 서울 평균 5만2200원보다 49% 높다.

[땅집고] 2023년 1분기 기준 서울과 종로 상가 공실률 비교./ 유튜브 땅집고TV 캡처

임대료는 계속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임대료를 한번 내리면 다시 올리기가 어렵고, 건물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종로 대로변에는 오랜 시간 공실로 비어 있는 상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종로 2가 사거리 터줏대감이었던 금강제화 건물은 규모를 축소해 다른 건물로 이전했다. 귀금속매장이 있었던 점포도 텅 빈 상태다. 결국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건 기업들 뿐. 종로 대로변에 있던 YBM 별관도 1년 넘게 공실이었다가 카페 브랜드 커피빈이 최근 오픈했다.

대로변에 비해 먹자골목은 그나마 공실이 덜한 편이다. 임대료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젊음의 거리 입구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인데 전용 79평이 보증금 1억원에 월세 600만원 수준이다. 3층 임대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6억에 6000만원인 대로변 상가와 비교하면 입이 벌어지는 차이다. 먹자골목은 점심시간이 되자 유동인구가 늘어난다. 직장인들이 한끼 식사를 해결하려 거리로 많이 나왔지만 반면에 술집이 많은 골목은 한산한 것을 볼 수 있다. 저녁 시간에 종로를 다시 찾으니 점심 때 한산했던 술집 골목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런 모습으로 상권이 건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땅집고] 서울시 종로구 관철동 젊음의 거리 먹자골목./ 유튜브 땅집고TV 캡처

젊음의 거리에서 매대를 운영하는 A씨는 코로나 전과 비교해 반 토막 난 매출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전한다. 상권이 활발하던 시절에는 거리의 매대도 90개가 넘었으나 현재는 10개도 운영이 안 되고 있었다. 점심과 저녁 때 반짝 몰렸다 사라지는 직장인들 말고는 수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원래 종로는 주변에 기업이 많고, 인사동과 청계천도 가까워 직장인 뿐 아니라 20~30대,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던 곳이었다. 하지만 종로를 찾던 다양한 소비자들은 종로 대신 광화문이나 특색 있는 맛집, 카페가 많은 익선동과 을지로로 떠난 지 오래다.

꾸준히 유동인구가 붐비는 을지로의 상가 평균 임대료가 종로보다 더 저렴한 상황이다. 을지로의 평균 임대료는 평당 5만1000원으로 종로보다 낮다. 특색 있는 개인 창업가들이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한 곳에 터를 잡으니 젊은 소비자들도 ‘뻔한’ 상권보다 ‘힙한’ 상권을 찾게 되는 것이다.

[땅집고] 종로 유학 전문 대형 학원에 붙은 안내문./ 유튜브 땅집고TV 캡처

종로 학원가가 침체된 것도 종로가 침체된 이유 중 하나다. 예전에는 자격증 획득이나 취업, 유학을 준비하는 수험생들로 이 일대가 북적였는데, 지금은 그런 흔적을 찾기조차 힘들다. 코로나 사태 이후 오프라인 강의 규모도 크게 줄면서 20대 학생들의 발걸음도 뚝 끊어졌다. 학생수가 줄어든 탓인 지 한 공실에는 강남에 있는 학원과 통합해 운영한다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현장에서는 공실 폭탄을 맞은 종로의 상황이 예견된 일이었다고 말한다.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종로 젊음의 거리는 ‘한 물 간 상권’이었고 변화할 기미가 없으니 몰락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종로 상권은 오래된 건물이 대다수라 주차장이나 엘리베이터마저도 없는 곳이 많다. 주변 상권에 맞서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관철동은 종각역 사거리에서 유일하게 재개발이 안 되는 지역이다. 서울시의 ‘역사 도심 기본 계획’에 따라 역사적 특성을 유지하고 보존해야 하는 특성관리지구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종로 상권이 다시 활발해지기 위해서는 익선동이나 을지로 인쇄골목처럼 특색을 살리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