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서울 최대 상권 중 한 곳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일대 꼬마빌딩 시장에서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가로수길 메인도 아닌 동쪽 나로수길에 있는 대지면적 187㎡, 연면적 298㎡, 지상 3층짜리 건물이 122억원에 팔린 것. 대지면적 기준 3.3㎡(1평) 당 2억1500만원이다. 이 일대 빌딩 거래 중 역대 최고가로 나로수길에서 평당 2억원 이상 거래는 호황기였던 작년 초 이후 1년6개월여만에 처음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옆 신흥 상권인 나로수길에 있는 지상 3층짜리 꼬마빌딩(왼쪽)이 지난달 평당 2억1500만원에 팔려 이 일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나로수길에서 평당 2억원 이상 거래는 호황기였던 작년 초 이후 처음이다. 최근 80억원에 팔린 마포구 연남동 근생 건물(오른쪽)은 2018년 토지와 건물을 28억원에 사들인 건축주가 기존 건물을 헐고 신축했다. /ERA코리아·바운드부동산중개법인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가 강남권 빌딩 시장이 바닥을 찍고 회복세로 돌아서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나로수길은 가로수길이나 세로수길보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고 가격도 10~20% 정도 쌌기 때문이다. 전하나 에이트빌딩 이사는 “코로나 팬데믹과 금리 인상 여파로 꽁꽁 얼어붙었던 꼬마빌딩 시장에 2~3개월 전부터 조금씩 온기가 돌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이 고금리에 어느정도 적응하면서 매수 심리가 살아나 급매물은 거의 사라졌다”고 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극심한 침체에 빠졌던 꼬마빌딩 시장이 1년 여만에 바닥을 치고 반등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꼬마빌딩은 흔히 연면적 1000평(3305.8㎡) 미만 건물을 말한다. 최근 거래량이 늘고 매매가격도 뚜렷한 회복세다. 실제 지난 2분기 서울지역 상업·업무용 건물 거래량은 1분기보다 50% 정도, 거래금액은 1조원 이상 각각 급증했다.

땅집고는 오는 9월5일 개강하는 ‘꼬마빌딩 실전투자 스쿨 10기’ 과정을 앞두고 빌딩 시장 전문가들로부터 서울 지역 꼬마빌딩 시장 분위기를 들어봤다.

◇회복세 뚜렷해진 강남권 빌딩시장

서울에서는 강남권 중심으로 빌딩 거래가 꿈틀대고 있다. 호황기였던 2021년 수준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은 가격에 거래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그래픽=박상훈

강남구 도산공원 인근 대지면적 433㎡, 연면적 928㎡ 규모 지상 3층 신축 빌딩은 지난달 300억원에 팔렸다. 땅값 기준 평당 2억2800만원이다. 이 빌딩 바로 옆 명품숍 건물은 호황기였던 2021년 평당 2억2900만원에 매각했는데 비슷한 가격에 거래가 성사된 것이다. 권기성 ERA코리아 전무는 “작년 하반기 이후 잠시 떨어졌던 도산공원 일대 빌딩 가격은 올 2분기 이후 빠르게 오르고 있다”며 “이미 이전 최고가(평당 2억3100만원) 수준까지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강북 인기지역 빌딩 매매시장도 살아나고 있다. 마포구 연남동에선 연남동 주민센터 맞은편 근린상가가 최근 80억원에 매매계약을 맺었다. 2018년 토지와 건물을 28억원에 사들인 건축주가 2020년쯤 기존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지었다. 공사비를 빼고 두 배 정도 시세차익을 올렸다는 평가다. 육재복 바운드부동산중개법인 대표는 “요즘 건축비가 급상승하면서 같은 지역이라도 신축했거나 리모델링을 마친 건물 몸값이 부쩍 높아졌다”고 했다.

◇”투자자들 연 4~5%대 금리에 적응”

전문가들은 현재 꼬마빌딩 시장이 바닥을 찍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반등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상업용 부동산 회사인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 전체 빌딩 거래량은 663건이다. 특히 올 1월까지만 해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었지만, 이후 빠르게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실제 1분기 상업·업무용 부동산은 268건, 2조2100억여원이었지만 2분기에는 395건, 3조3000억여원으로 증가했다. 부동산플래닛 관계자는 “서울 빌딩 거래량 중 소형 빌딩이 전체의 97%를 차지했다”면서 “꼬마빌딩 중심으로 수요가 살아나는 분위기”라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직까지 거래량이 호황기의 절반 수준에 그쳐 본격 상승세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한다.

업계에서는 빌딩 시장 회복 요인으로 금리 안정화를 꼽았다. 육 대표는 “시중 금리가 연 2% 초반에서 단기간에 4~5%까지 오르자 고금리에 거부감을 보이던 투자자들이 금리가 오를만큼 올랐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서울 꼬마빌딩 거래가 좀 더 활발해지겠지만, 금융 비용이 이전보다 높아 보수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육 대표는 “금리 인상 랠리는 끝났지만 예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어서 투자 전 금융 비용을 치밀하게 계산해보고 움직이는 게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