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3.11.30/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지난해 꾸준히 감소하던 전국 미분양 주택이 지난달 10개월 만에 큰 폭으로 증가해 6만 가구를 넘었다. 작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한 상태에서 분양가가 치솟자 수도권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석 달 연속 1만 가구를 넘어 증가세를 보이면서, 공사비를 회수하지 못한 건설사들의 자금난 우려도 커지고 있다.

30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2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2489가구로 전월(5만7925가구)보다 7.9%(4564가구) 증가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작년 초 7만5000여 가구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를 보였으나, 지난달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그래픽=김하경

특히 그동안 지방에 비해 적었던 수도권에서 미분양이 급증했다. 수도권 미분양은 1만31가구로 전월(6998가구)보다 43.3%(3033가구) 늘었다. 전국 미분양 증가 물량(4564가구)의 3분의 2가 수도권에서 발생했다. 인천이 3270가구로 전월(1298가구)의 2.5배로 급증했다. 경기 지역도 5803가구로 전월(4823가구)보다 20.3% 늘었다. 서울 미분양은 81가구(9.2%) 늘어난 958가구로 집계됐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작년 4분기 들어 특례보금자리론 종료와 고금리 지속으로 주택 시장이 위축되면서 공급이 많은 지역에 미분양이 다시 쌓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미분양이 많이 늘어난 것은 치솟는 공사비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일반 분양을 미뤄왔던 건설·시행사들이 작년 12월 대거 ‘밀어내기 분양’에 나섰지만 정작 수요자들은 비싼 분양 가격에 외면했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수도권 분양 물량은 2만390가구로 11월(1만466가구)의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수도권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작년 12월 3.3㎡당 2434만원으로, 1년 전보다 14.8% 올랐다. 지난달 미분양 증가 폭이 가장 컸던 인천에서 분양한 ‘왕길역 로얄파크씨티 푸르지오’는 1409가구를 일반 분양했는데 절반이 넘는 718가구가 미분양됐다. 이 단지의 전용 84㎡ 분양가는 7억원대로 인근 단지 시세보다 두 배가량 높다.

지방 미분양은 5만2458가구로 전월보다 3.0%(1531가구) 늘어 증가 폭은 작았지만, 여전히 전국 미분양 물량의 대부분(84%)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대구의 미분양은 1만245가구로 수도권 전체 미분양 물량(1만31가구)보다도 많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작년 12월 준공 후 미분양은 1만857가구로, 전월보다 3.7%(392가구) 증가해 3개월 연속 1만 가구를 넘었다.

악성 미분양은 2~3년 공사 기간이 지나서도 계속해서 팔리지 못한 물량인 만큼, 앞으로 쉽게 해소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건설·시행사들은 주택 분양 대금으로 금융권에서 받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갚고 공사비도 충당하는데, 준공 후 미분양이 쌓이면 대출을 갚지 못하고 공사비만 지출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미분양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대구에서는 악성 미분양에 시달리던 시행사가 금융회사에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서 미분양 물량이 공매로 이어지는 사례도 나왔다. 신세계건설이 작년 8월 대구 수성구에 준공한 빌리브 헤리티지는 준공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146가구 중 121가구(83%)가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결국 PF 대출 만기 연장에 실패하면서 이날부터 미분양 가구에 대한 공매 절차에 들어갔다.

한편 지난해 1년 동안 부동산 경기의 주요 지표인 주택 인허가와 착공, 분양, 준공 등 4대 지표가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2월 누계 주택 인허가는 38만8891가구로 전년보다 25.5% 줄었다. 주택 인허가가 이처럼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8년(-33.2%) 이후 15년 만이다. 지난해 착공도 20만9351가구로 45.4% 줄었고, 분양은 19만2425가구로 33.1% 감소했다. 지난해 연간 준공 역시 31만6415가구로 전년보다 23.5% 줄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2023년엔 부동산 시장의 선행 지표와 후행 지표가 모두 부진했다”며 “다만 작년 12월만 놓고 보면 인허가와 착공 물량이 정부의 부동산 공급 정책 등의 영향으로 소폭 증가한 것은 긍정적 신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