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 안전진단 접수 관련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2024.1.15/뉴스1

앞으로 건설 시행사가 아파트나 빌딩 신축 등 부동산 개발을 하려면 총사업비의 최소 20%를 자본금으로 확보해야 사업 추진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현재 대부분의 시행사는 사업비의 5~10%만 확보한 상태에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과도하게 받아 사업을 시작한다. 자기자본이 적은 상태에서 대출에 의존하는 구조여서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경우 건설사와 금융회사까지 함께 위험에 빠진다. 이런 PF 부실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시행사의 자기자본 요건을 강화하는 제도 개선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2일 “시행사의 자기자본 비율을 최소 20% 수준으로 높여 PF 건전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시행사의 자기자본 비율이 높아지면 PF 대출로 인한 금융 비용을 아낄 수 있어 분양가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조세재정연구원·국토연구원 등에 PF 자금 조달과 관련한 해외 사례 조사 연구 용역을 맡겼다.

시행사들이 부동산 개발 총사업비의 5~10%만 자기자본으로 조달하는 우리나라 부동산 PF는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 기형적인 구조라는 지적을 받는다. 대다수 시행사 규모가 영세한 탓이다. 현재 부동산 시행사를 설립하려면 개인은 6억원, 법인은 3억원만 있으면 된다. 신용도가 떨어지는 국내 시행사는 PF 대출을 받을 때 건설사(시공사)의 보증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업이 부실화되면, 보증을 선 건설사가 PF 대출을 대부분 갚아야 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국내 대표 건설사 16곳이 PF 대출에 대해 보증을 선 금액은 총 28조3000억원으로 2020년 말(16조1000억원)보다 75% 늘었다.

반면, 미국·일본 등은 개발 사업의 주체(시행사)가 총사업비의 20~30%를 자기자본으로 확보하거나 여러 투자자로부터 출자받는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시행사의 자본 요건을 강화하고, 금융사도 PF 사업성을 평가하는 전문성을 갖추도록 제도적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