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백형선

분양가 상한제(분상제) 주택에 대한 실거주 의무를 3년 유예하는 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실거주 의무 적용 단지의 전세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매매 수요 감소에 따른 전세 선호 증가로 전셋값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분상제 주택 전세 매물이 나온 지역의 전세가는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1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입주가 시작된 서울 강동구 상일동 ‘e편한세상 고덕 어반브릿지’(593가구)의 전세 매물은 56개로 한 달 전(7개)보다 8배 늘었다. 이 단지는 5년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는 단지라 원래 수분양자가 전세를 놓는 게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입주 한 달을 앞두고도 해외 근무 등 불가피한 사유로 입주가 불가능한 7세대만 전세 매물로 나왔던 것이다.

그러나 여야가 실거주 의무를 최초 입주 후 3년 이후로 완화하는데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점차 매물이 증가하더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9일에는 전세 매물이 56개로 늘었다. 현재 전용면적 84㎡ 기준 전세 매물 가격이 6억원부터 형성돼 있는데 인근 단지인 ‘고덕 아르테온’ ‘고덕 자이’ 등과 비교하면 5000만원 이상 저렴하다. 단지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당장 입주가 급하기 때문에 전세 가격은 더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실거주 의무 적용 단지는 1월 말 기준 전국 77개 단지, 4만9766가구다. 당장 이달에는 경기 하남시 덕풍동에서 ‘더샵 하남에디피스’ 980가구가 입주하고, 6월에는 서울 강동구 길동에서 ‘강동 헤리티지 자이’ 1299가구가 입주에 나설 예정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앞으로 입주가 진행될 단지의 전세 매물이 대거 쏟아질 수 있어 전세 시장 안정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전망이다.

매매 대기 수요가 전세 수요로 이동하면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2월 넷째 주(2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5% 오르며 41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함영진 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의 입주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둔촌주공 등 단지 규모가 큰 곳에서 일부라도 전세물량이 나오면 임대시장 공급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