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과 각종 공제회 등 국내 기관들이 주로 투자하는 간접투자상품인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에 최근 세무 당국이 이전에 부과하지 않던 세금을 부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리츠의 근거법인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라 리츠에 대해서는 순이익에서 배당금을 제외한 금액에 대해 법인세를 매겨왔다. 일반 법인은 배당 이전 순이익에 대해 법인세를 부과하는 것과 다르다. 리츠 활성화를 위해 20년 넘게 이 같은 특례를 인정해 왔는데, 일부 지역 세무서가 올해부터 이런 특례를 적용하지 않고 새로 법인세를 추가로 과세한 것이다.

10일 한국리츠협회와 부동산 투자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의 한 세무서는 최근 관할하는 리츠 6개에 대해 6개월치 법인세 172억원을 추가로 납부하라고 통지했다. 이는 해당 기간 6개 리츠 당기순이익(476억7000만원)의 36%에 달하는 금액이다. 리츠는 부동산에 투자해 나온 임대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주식회사로, 하나하나가 별도의 법인이다. 국내 리츠 시장 규모는 약 75조원으로, 주로 개인이 아닌 연기금과 공제회 등이 투자자로 참여한다.

이번 과세 관련 문제는 리츠가 투자 수익 배당을 전문으로 하는 서류상의 회사라는 것에서 비롯됐다. 모든 법인은 시간이 지나 낡아짐에 따라 생산 설비 등 유형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회계 장부에 반영해야 한다. 이를 감가상각비라 부르는데, 비용으로 처리한다. 하지만 리츠는 이런 설비가 없는 서류상의 회사이고, 보유한 부동산 자산은 대부분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상승하는 특성이 있다. 이처럼 감가상각비로 처리할 게 없지만, 리츠도 엄연히 법인이기 때문에 일정 금액을 회계장부상 감가상각비로 처리하고, 이를 비용으로 반영했다. 대신 이를 비용으로 처리해 현금으로 쌓아두는 것이 투자자(주주)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리츠의 근거법인 ‘부동산투자회사법’에서는 리츠가 감가상각비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당할 수 있도록 허용해 왔다. 이 법은 이렇게 배당한 금액을 법인세 계산에서 공제해 준다. 리츠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일반적인 법인의 경우, 배당금을 포함한 전체 수익에 법인세를 부과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문제는 회계장부상 감가상각비(비용)를 쌓아두지 않고 주주에게 배당을 했기 때문에 그만큼 손실(결손금)이 쌓여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손실이 누적되면, 1년 치 투자 수익을 넘어 장부상으로는 손실을 본 것으로 되고, 손실을 본 회사는 배당을 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피하겠다며, 해당 세무서는 리츠에 대해 일반 법인처럼 배당금을 포함한 투자 수익에 대해 과세를 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해당 리츠들이 부담해야 할 법인세가 급증하고, 이에 따라 배당금이 큰 폭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번에 6개 리츠에 부과된 6개월 치 법인세는 172억원이지만, 이를 전국 모든 리츠에 적용할 경우 연간 추가 세금은 2조~3조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리츠 업계는 이 같은 과세가 ‘부동산투자회사법’과 충돌한다며 국세청에 유권 해석을 의뢰한 상태다. 리츠 업계 관계자는 “리츠에 대한 과세 방식이 바뀌면, 결국 연기금과 공제회의 투자 수익이 줄어들고, 리츠 시장도 침체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