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4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의결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남강호 기자

야권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이른바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이 담긴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28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날 오후 열린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투표에선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표결에 참여한 의원 170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29일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날 통과된 법안은 자연 폐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30일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 같은 내용의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다시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선구제 후회수 방안에 대한 정치권 논의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통과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의 핵심인 ‘선구제 후회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기관이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전세사기 피해자의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을 사들여 보증금 일부를 우선 돌려준 뒤,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매각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무주택 서민들의 청약저축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을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지원하는 것은 본래 용도에 맞지 않고 향후 1조원 가량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며 줄곧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국토교통부는 선구제 후회수 방안에 대한 대안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피해 주택을 경매에서 정상 매입가보다 낮은 낙찰가로 매입한 후 차액을 피해자에게 지원하는 구제안을 27일 내놓았다. 이날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전세금 반환청구권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선 경매를 거쳐야하는데, 선구제 후회수 방안은 경매 과정이 끝나기 전에 제3자가 가치를 평가해 일단 돈부터 주자는 안”이라며 “누가 채권액의 가치를 평가할 것인가.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실제로 집행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28일 통과된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29일 임시국무회의를 개최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21대 국회 임기는 29일로 끝나기 때문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 해산 전 재표결이 사실상 불가능해 개정안은 폐기된다. 헌법 제51조는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 기타의 의안은 회기 중에 의결되지 못한 이유로 폐기되지 아니한다. 다만, 국회의원의 임기가 만료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 국회 임기 내에 처리되지 않은 법안은 자동 폐기 수순을 밟는다는 의미다.

이 경우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또 다시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담긴 개정안을 다시 발의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국민 부담을 수반하기 때문에 충분한 국민적 협의가 선행되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