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53주 연속 오르며 역대 넷째로 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세 사기에 취약한 빌라를 기피하는 심리가 확산하면서 아파트 전세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 반면, 아파트 신규 입주를 통한 전세 공급은 줄어들고 있어 전셋값 불안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7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5월 셋째 주(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 오르며 전주(0.07%)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작년 5월 넷째 주 이후 53주째 전셋값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2년 5월 이후 넷째로 긴 상승 기간이다. 역대 최장 기록은 2014년 6월부터 2017년 1월까지 135주다. 역대 3위 기록은 2017년 1월부터 2018년 2월의 54주다. 서울 전셋값이 앞으로 2주만 더 상승세를 이어가면 3위 기록은 바뀐다.

그래픽=백형선

전셋값 고공 행진의 가장 큰 원인으론 수급 불일치가 꼽힌다. 전세 수요와 공급의 상대적 많고 적음을 나타내는 전세 수급 지수는 지난주 101.4로 3주 연속 100을 넘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부동산 빅데이터 기업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이날 기준 2만8482건으로 1년 전(3만7801건)에 비해 24.7% 줄었다. 6개월 전과 비교해도 19.4% 적다.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이 줄어들고 있어 향후 전세난이 더욱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은 2만3786가구로, 지난해(3만2759가구)에 비해 27%가량 줄어든다. 이마저도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이 들어서는 강동구에 집중돼 있다. 내년 신규 입주 물량은 2만3000가구, 2026년은 3200가구로 계속 줄어든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전세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아파트 신규 공급을 늘리는 것이 정공법이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공사비 문제도 있어 단기 대책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지난 정부에서 폐지한 아파트 등록 임대 사업자 세제 혜택을 되살려 민간에서 다주택자들이 전셋집을 공급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