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뉴타운에 있는 한 공인 중개사 사무실은 주말을 맞아 매물로 나온 집을 둘러보려고 방문한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20평대 신혼집을 마련하고 싶어 중개 업소를 찾았다는 30대 부부는 “일주일 전 전화로 문의했을 때보다 호가가 5000만원이나 올라 당황스럽다”고 했다. 입주가 가능한 전용면적 84㎡ 매물은 다섯 팀이 한꺼번에 몰려 차례대로 집을 돌아봤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가격이 오르고, 집을 사겠다는 수요도 많다 보니 집주인한테 가계약금을 넣는다고 해도 계좌 번호를 알려주지 않거나 아예 매물을 거둬들이더라”며 “전세 끼고 아파트를 사고 싶다며 찾아오는 지방 손님도 많다”고 말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스1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년 넘게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아파트 매매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아파트 매수세가 늘어나면서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에 이어 마포·용산·성동구에서도 이전 최고가를 뛰어넘는 가격에 거래되는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고금리와 수요 부진에 주춤하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년 만에 월간 기준 5000건을 돌파할 기세다.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되고, 전셋값이 많이 올라 매매가와 격차가 줄어들어 한동안 시장에서 보기 어렵던 ‘갭 투자(전세를 끼고 매수)’ 수요도 살아나는 분위기다.

그래픽=박상훈

◇서울 아파트 거래량 3년 만에 5000건 넘을 듯

14일 현재 5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4144건으로 집계됐다. 5월 계약분의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임을 감안하면 5000건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초 월 2500건 안팎이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월부터 4000건대로 뛰었다. 서울 아파트 월간 거래량이 5000건을 넘는 것은 ‘패닉 바잉’ 열기로 집값이 급등하던 2021년 5월(5045건)이 마지막이다.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매매가격이 2021년 수준까지 오르거나 역대 최고 금액에 팔리는 아파트 단지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서울 성동구 ‘e편한세상 옥수파크힐스’ 전용 59㎡는 지난달 16억3000만원에 팔려 종전 최고가인 2021년 9월 실거래가(16억5000만원)에 근접했다. 마포구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 84㎡는 4월 20억원에 팔려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고, 용산구 ‘동부센트레빌’ 전용 100㎡도 지난달 25억5000만원에 팔려 종전 기록을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 전세금이 1년 내내 뛰면서 매매가격까지 밀어 올리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계속 오르는 전셋값을 부담할 바에 집을 사겠다는 심리가 작용해 전세 수요 일부가 매매로 전환되고, 가격이 오른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이번 주(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일주일 전보다 0.12% 올라 56주 연속 상승세다. 매매가격 역시 0.1% 오르며 12주 연속 오름세다.

◇금리 인하와 감세 기대감에 “미리 사두자”

올 하반기 금리가 내리고, 부동산 경기가 이전보다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도 아파트 매수 심리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동결하고 있지만, ‘대출 갈아타기’가 활성화되며 은행 간 경쟁으로 시중 금리가 소폭 내려 주택 담보대출 수요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달 주택 담보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5조6000억원 늘어 4월 증가 폭(4조100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하는 종부세 완화 움직임도 시장 상황을 관망하던 대기 수요자들을 매수세로 끌어들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반기 금리 인하가 단행되면 전세 시장 불안에다 내년 공급 부족 사태까지 맞물려 집값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야당에서 1주택자 종부세 폐지를 거론하면서 ‘더 똘똘한 한 채’로 수요가 몰려 서울 인기 지역 아파트 값 상승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