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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9일 저출생 종합대책에서 발표한 결혼·출산 가구에 대한 주거 지원책은 신생아 특례대출 등 이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정책의 수혜 대상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세심한 정책 설계가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신생아 특례대출의 경우 소득 요건은 사실상 폐지했으면서도, 대출 대상이 되는 집 크기와 가격 기준은 그대로 유지한 것에 대해 실수요자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는 게 대표적이다. 중대형 주택으로 이주를 원하는 다자녀 가구나 집값이 비싼 서울에서 출산·양육하는 가구는 대출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공 분양 아파트 일반청약 물량의 50%를 신생아 우선 공급으로 배정하는 것에 대해선 만 2세가 넘은 자녀를 키우는 가구의 청약 문턱을 높이는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11월 셋째 아이를 낳은 이모(39)씨는 19일 정부가 저출생 대책으로 발표한 신생아 특례대출 확대에 대해 “다자녀 가구엔 큰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만 2세 이하 자녀를 둔 가구에 최저 1%대 금리로 주택 구입 자금을 빌려주는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 기준이 대폭 완화됐지만, 주택 면적 기준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가 셋이라 40평대 아파트로 옮기고 싶지만, 신생아 특례대출은 30평대까지만 해당해 이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픽=양인성

◇주택 면적·가액 기준은 왜 못 바꿨나

정부가 올해 1월 말 출시한 신생아 특례대출은 전용면적이 85㎡ 이하인 주택을 사거나 전세로 들어가는 경우에만 이용할 수 있다. 이런 제한이 생긴 이유는 신생아 특례대출의 재원이 주택도시기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라 전용면적 85㎡ 이하 ‘국민 주택’에만 기금을 운용하는 것이다.

신생아 특례대출이 출시될 때부터 지원 대상을 국민 주택 규모로 한정하는 것이 ‘아이를 더 낳으라’는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를 추가 출산해 다자녀 가구가 되면 원활한 양육을 위해 넉넉한 주거 공간을 원하는 사람이 많은데, 전용 85㎡ 이하는 방 3개가 최대다. 비수도권 지역에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중대형 주택도 많은데, 전용 85㎡를 넘는다는 이유로 신생아 특례대출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예컨대 서울 종로구 ‘경희궁자이 4단지’ 전용 37㎡는 최근 매매 가격이 8억4500만원으로 신생아 특례대출 대상이지만,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 121㎡는 시세가 6억6000만원이어도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장경석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주택 규모가 작다고 가격이 저렴한 것이 아니라서 면적만을 기준으로 공적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주택 가액 기준도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신생아 특례 구입 대출은 주택 가격 9억원 이하만 가능하고, 전세 대출은 수도권 기준으로 보증금이 5억원 이하여야 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20일 기준으로 5월에 거래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11억6939만원, 평균 전셋값은 5억3644만원으로 모두 신생아 특례대출의 기준을 웃돈다.

◇자가 보유자도 아이 낳으면 ‘특공’ 가능

정부는 신규 출산 가구에는 아파트 특별공급 기회를 한 번 더 주기로 했다. 원래 무주택자만 신청할 수 있는 특공 기회를 주택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출산 가구에 추가로 주는 것이다. 아이를 낳으면 더 좋은 조건의 새집으로 이사할 수 있게 지원한다는 취지다. 출산 시 추가 청약이 가능한 특공 유형은 신생아 특공뿐만 아니라 신혼부부·다자녀·노부모 특공도 된다.

정부는 공공 분양에서 신생아 우선 공급 물량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역차별 논란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3월 공공 분양 아파트에 신생아 특별공급을 신설했고, 이번에는 일반 공급 물량의 50%를 신생아 출산 가구에 우선 배정한다고 밝혔다. 주변 시세의 70% 이하 가격으로 분양하는 ‘나눔형’ 공공 분양 아파트는 전체 가구의 약 45%(특공 35%, 우선공급 10%)가 신생아 가구에 돌아간다. 이에 따라 만 2세가 넘은 자녀를 키우는 가구는 상대적으로 청약 당첨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2021년에 출산한 윤모(33)씨는 “아이를 낳지 않은 것도 아닌데 1년 차이로 아파트 청약 때 페널티를 받은 것 같아 씁쓸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