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원 홈체크 대표가 경기 용인에 있는 회사 사무실에서 아파트 누수와 단열을 탐지하는 열화상 카메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서비스 출시 이후 총 6만5000가구의 하자를 점검한 홈체크에는 열화상카메라 등 전문 장비가 들어 있는 가방 90세트가 구비돼 있다. /김지호 기자

“대학생 때 ‘신축 아파트 하자’ 뉴스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죠. 물론 이 시장에 뛰어든 약 6년 전만 해도 신축 아파트 입주 예정자한테 ‘따로 돈을 내서 미리 하자 점검을 받아보라’는 건 돈 낭비라는 인식이 많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1년에 2만가구가 이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이길원(32) 대표가 2017년 창업한 홈체크는 현재까지 신축 아파트 총 6만5000가구의 하자를 점검해 사전 점검 대행 업계에서 1위로 꼽힌다. 3.3㎡(약 1평)당 1만원대의 비용을 내면 건축 관련 자격증을 소지한 전문가 200여 명이 460여 점검 항목을 기반으로 전국 아파트 사전 점검을 대신 해준다. 레이저 측정기로 집의 바닥과 벽, 방문 등의 수평·수직이 잘 맞는지 확인하고, 열화상 카메라로는 보일러 배관과 단열 상태, 누수 등을 조사한다. 서비스 첫해인 2018년 4억원에 그쳤던 매출은 지난해 68억원으로 뛰었다. 잇따른 아파트 하자 논란에 사전 점검 대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홈체크는 올 한 해에만 2만가구 이상을 점검하고, 연 매출 1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학교 근처 자취방서 500만원 들고 창업

중앙대에서 도시계획·부동산학과 창업학을 공부한 이 대표는 대학 4학년이었던 2017년 학교 인근 흑석동의 8평짜리 원룸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당시 수도권 택지 지구를 중심으로 대단지 입주가 많았다”며 “1000가구를 기준으로 1%만 신청을 해도 꾸준히 10가구씩은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개발자인 친동생과 함께 밤낮으로 작업해 홈페이지를 만들었고, 아르바이트를 해 모은 500만원으로 주택 점검에 필요한 장비를 샀다. 1년여 준비 기간을 거쳐 이듬해 본격적으로 사전 점검 서비스를 내놨지만, 기대보다 반응이 폭발적이진 않았다. 이 대표는 “당시만 해도 사전 점검을 돈 내고 한다는 개념이 생소했다”며 “세종에서 1가구, 포항에서 2가구 이런 식으로 신청이 들어와 식대도 남기기 힘들었다”고 했다. 우연히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서 공동 구매를 요청하면서 사업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는 “생각지도 못한 하자를 수십 개씩 발견한 고객들이 온라인에 후기를 남기면서 자연스레 매출이 늘었다”고 했다.

서비스 수요가 늘자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생겼다. 당시엔 점검을 수기로 하다 보니 가구당 A4 용지 40장 분량의 보고서가 나왔다. 고객에게 점검 결과를 통보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고, 사후 관리도 쉽지 않았다. 이 대표는 “급한 대로 동생이 초보 수준의 시스템을 만들어 사용했지만, 고도화가 필수적이었다”고 했다. 이에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이 대표는 40곳이 넘는 스타트업 투자사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인력 중심 서비스로 성장 가능성이 낮다”며 투자를 꺼렸다. 그러던 와중에 홈체크의 성장 가능성을 본 한 투자사에서 2021년 5억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미국은 주택 거래 시 전문가가 상태를 점검해 주는 ‘홈 인스펙션(Home Inspection)’ 시장 규모가 연간 8조원대에 달하고, 한국 역시 소득 수준과 집값이 높아지면서 서비스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건축물 생애 주기 맞춤형 서비스로 확장 목표

투자받은 자금으로 홈체크는 2022년 사전 점검 업체 최초로 점검 결과를 취합해 정리해 주는 데이터 가공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현장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앱에 점검 내용을 입력하면, 소프트웨어가 자동으로 점검 내용을 보고서 형식으로 문서로 만들어 고객에게 발송한다. 이 대표는 “보고서 작성에 매달려야 했던 점검 요원이 점검 작업에 한층 더 집중할 수 있게 됐고, 고객 입장에선 점검 작업 종료에 맞춰 결과를 곧바로 받아볼 수 있다”고 했다. 점검 기록이 서버에 계속 저장돼 남아있기 때문에 사후 관리도 수월해졌다.

홈체크는 현재 신축 아파트 사전 점검을 주로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기축 주택의 매매와 임대 등 주택 거래 전반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사업 확장을 위해 국토부에서 인증하는 안전 진단 및 구조엔지니어링 면허도 획득했다”며 “건축물의 착공부터 준공, 유지, 해체에 이르기까지 건축물의 생애 주기 전반에 맞는 점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