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과 수도권에서 아파트 매수 수요가 눈에 띄게 늘어난 가운데, 시세 차익을 수억~수십억 원 기대할 수 있는 ‘로또 청약’이 동시에 진행돼 29일 하루에만 수백만 명이 몰렸다. 청약을 신청하려는 수요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사이트는 온종일 접속에 차질이 빚어졌고, 결국 청약 접수 마감 시각이 늦춰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날이 갈수록 신축 아파트 분양가가 오르고, 향후 아파트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도 커지면서 수도권 청약 열기는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그래픽=김하경

◇‘청약홈’ 접속에 대기자 277만명

29일 오후 5시 20분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접속하니 예상 대기 시간 770시간 35분 20초, 대기자는 277만4120명이라는 안내가 떴다. ‘새로 고침 또는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지 말고 기다려 달라’는 내용도 있었지만, 얼마 후 ‘접속이 원활하지 않다’는 메시지와 함께 인터넷 페이지가 다운됐다.

이날 청약홈 사이트는 아파트 청약 접수가 시작된 오전 9시부터 접속자가 몰리면서 오후까지 사실상 ‘먹통’ 상태였다. 이날 청약홈에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린 것은 올 하반기 분양 시장 최대어로 손꼽히는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를 비롯해 경기 화성시 ‘동탄역 롯데캐슬’과 서울 양천구 ‘호반써밋 목동’ 등 수억 원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무순위 청약 일정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29일 오후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홈페이지에 접속한 모습. 277만4120명이 대기 중이라는 안내문이 떠 있다. 이날 수억원에서 많게는 20억원가량의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이른바 '로또 청약' 접수 일정이 맞물리면서 청약홈 접속이 온종일 차질을 빚었다. /김지호 기자

래미안 원펜타스는 이날 특별 공급을 시작으로 30일에는 1순위 청약을 받는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전용 84㎡ 분양가가 22억~23억원대로 책정됐다. 인근 ‘래미안 원베일리’ 같은 평형 시세가 42억원을 웃돌아 당첨될 경우 20억원 안팎의 시세 차익이 기대된다. 동탄역 롯데캐슬은 전용 84㎡ 1가구가 2017년 분양 당시 가격인 4억8200만원에 나왔다. 시세(15억원)보다 10억원가량 저렴한데, 청약 통장 유무에 상관없이 전국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어 신청자가 대거 몰렸다. 호반써밋 목동 역시 2020년 분양가로 시세보다 5억원가량 저렴한 계약 취소 가구 2가구가 무순위 청약으로 나왔다.

청약 접수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한국부동산원은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는 ‘동탄역 롯데캐슬’ 전용 84㎡ 1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은 30일까지로 접수 기간을 하루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이 밖에 래미안 원펜타스 등 아홉 단지의 접수 마감은 종전 오후 5시 30분에서 오후 11시로 연장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청약 신청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청약 접수 시간을 연장했다”고 말했다.

◇서울 청약 경쟁률 세 자릿수 넘어

로또 청약 단지가 아니라도 최근 수도권 분양 단지들은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달 청약을 받은 경기 화성시 오산동 ‘동탄역 대방 엘리움 더 시그니처’는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이 627대1에 달했고, 지난달 과천시 문원동에서 분양한 ‘과천디에트르 퍼스티지’도 228.5대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마포자이힐스테이트 라첼스’의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도 164대1에 달했다. 신축 공급이 부족한 서울 지역의 올 상반기 1순위 청약 경쟁률은 105.8대1로, 작년 상반기(51.9대1)의 두 배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수도권 청약 시장 과열 양상이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비 급등에 신축 분양가가 갈수록 치솟는 데다, 앞으로 몇 년간 신규 아파트 공급이 부족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지난달 3.3㎡당 4190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1% 오르면서 사상 처음으로 4000만원을 넘어섰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오르면서 ‘내 집 마련’ 수요가 커지고 있고, 분양가도 계속 뛰어 ‘지금이 제일 싸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당분간 수도권 청약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