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가 2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파트 값이 치솟던 2021년 수준으로 매수 심리가 회복된 것이다. 서울 주요 지역에서 역대 최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청약 시장에서 과열 조짐까지 나타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에 정부는 광복절인 오는 15일 이전에 부동산 종합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매수 심리 회복에 ‘최고가’ 거래 속출

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지난달 2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3.9를 기록했다.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집을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부동산 상승기였던 2021년 9월 둘째 주(104.2)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금리 상승 여파로 2022년 말 63.1까지 하락했고, 작년 5월 80선을 회복한 뒤 등락을 거듭하다 올해 2월 첫째 주부터 26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은 부동산 상승기였던 2020~2021년 수준으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매매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가격 상승세에 동력(動力)을 제공하는 분위기다.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411건으로 2020년 12월(7745건) 이후 3년 7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신고 기한이 한 달가량 남아있는 7월 거래량도 이날 기준 5102건으로 6월 거래량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인기 주거지에선 역대 최고가 거래가 쏟아지고 있다.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 273㎡는 지난달 22일 220억원에 팔려 공동주택 역대 최고가 거래를 기록했다. 성동구 성수동1가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전용 198㎡)는 지난달 4일 145억원에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서초구 반포에선 흔히 ‘국민 평형’이라고 하는 전용 84㎡ 매물(아크로리버파크)이 지난 6월 50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분양 시장 열기도 뜨겁다. 지난달 30일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1순위 청약에는 178가구 모집에 9만3864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이 527.3대1에 달했다. 올 들어 7월까지 서울에서 분양한 12개 단지의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149대1로 집계됐다.

그래픽=김현국

◇재건축 사업 기간 단축 방안 담길 듯

정부도 부동산 시장 안정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8월 15일 이전에 종합 대책을 내기로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일 기자들과 만나 “서울 집값이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위주로 많이 오르고 있고, 최근 올라가는 속도가 조금 가파른 것으로 보여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통령실은 주택 공급 부족 우려가 실수요자들의 불안을 키워 서울 집값이 상승한다고 보고 공급 확대를 위한 대책 마련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1~6월 공급 선행 지표인 서울 주택 인허가 물량은 1만3174가구로 전년보다 25.5% 감소했다.

정부는 이번 부동산 대책에서 상대적으로 아파트보다 빨리 지을 수 있는 빌라나 오피스텔 공급을 늘리는 인센티브와 규제 완화책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1주택자가 소형 오피스텔 등을 추가로 사면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또한 재건축·재개발 사업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방안도 대책에 포함될 예정이다. 지자체 인허가가 지연되는 것을 없애 아파트 공급을 촉진한다는 취지다.

대출 규제 등 금융 관련 대책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들여다보고는 있지만, 대책에 포함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