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대거 해제해 수도권에 아파트 8만 가구를 추가 공급하기로 한 가운데, 11월 발표하는 새로운 택지가 어디가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부동산 업계를 중심으로 한강 이남 강남구 세곡지구, 서초구 내곡·우면동, 송파구 방이동, 강서구 김포공항 인근 등이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서울 그린벨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데 이어 최근 아파트 값이 치솟는 인기 주거지까지 규제 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나섰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흘러나오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어디까지 확대되나

오세훈 서울시장은 9일 기자 설명회를 열어 “정부의 이번 주택 공급 대책이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 꼭 효과를 거두기를 바란다”면서 “(하지만 자칫 투기 세력이 몰려들 수도 있어)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를 검토하고, 신고가(新高價)가 나오는 지역 동향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일정 규모 이상의 집이나 땅을 거래할 때 관할 기초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규제다. 현재 서울에선 압구정동, 여의도, 목동, 성수동 등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 대상지에 대해 “특정 지역을 언급하는 게 적절할지 모르지만, 이미 전문가나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분은 짐작하실 것”이라며 “신고가가 나오면 어느 지역이라는 건 다 아는 사실”이라고 했다. 최근 국민 평형인 전용면적 84㎡ 실거래가가 50억원을 기록한 서초구나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구, 용산구를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그린벨트 해제 지역은 산이 많은 서울 북부 지역이 아닌 한강 이남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많다. 국토부는 8일 서울시 송파구 방이·오금·마천동과 하남시 감일·감북동 일대 그린벨트 10.59㎢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새로 지정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보금자리 주택지구로 개발된 강남구 세곡지구와 서초구 내곡·우면동 일대도 후보지로 꼽힌다. 강남으로 집중되는 주택 수요를 상당수 흡수할 수 있는 입지다. 한강 이남 중에는 강서구에도 넓은 그린벨트가 있다. 2026년 착공이 예정된 김포공항 혁신지구 사업지 중 북측 9만㎡가 해제 후보지로 거론된다.

그래픽=송윤혜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 지역엔 ‘신혼 20년 전세 자가주택(장기 전세주택)’ 등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을 확대 공급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장기 전세주택은 신혼부부가 전세로 입주한 뒤 아이를 하나라도 낳으면 최장 20년까지 살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오세훈 시장은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하던 종전 방침을 바꾼 데 대해 “저출생이 적어도 한국에서만큼은 자연환경 보존만큼이나 절체절명 과제라고 봤다”고 말했다.

◇아파트 매매 거래 비율 역대 최고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서울 그린벨트 해제라는 ‘초강수’까지 꺼낸 배경 중 하나로 아파트 ‘수요 쏠림’이 꼽힌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전국 주택 매매 거래에서 아파트 비율이 76%를 돌파, 역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독주택, 빌라 거래량을 다 더해도 아파트의 3분의 1이 안 되는 것이다.

9일 한국부동산원의 주택 유형별 매매 거래량에 따르면, 올해 1~6월 전국 주택 매매 31만751건 가운데 아파트 거래는 23만6374건으로 76.1%를 차지했다. 이는 한국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상반기 기준) 이래 가장 높은 비율이다. 아파트 매매 비율은 지난 2020년 72.8%, 2021년 66.7%, 2022년 59.3%로 하락하다 지난해 74.1%로 올랐고, 올해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전세 사기 여파로 빌라 기피가 심해지자 아파트로만 수요가 쏠리면서 아파트 전셋값이 치솟고, 매매가격까지 밀어올리는 악순환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투기 거래가 성행할 우려가 있는 지역에 땅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설정하는 구역을 뜻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토지 용도별로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 거래는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허가받은 목적대로 이용하지 않으면 처벌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