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코람코자산운용은 식자재 전문 물류업체 푸드누리로부터 경기 이천 물류센터를 908억원에 사들였다. 연면적 약 1만3000평(4만3209㎡) 규모인 이 물류센터는 지난해 공매에 나왔지만, 6차례 유찰된 끝에 감정가(1400억원) 대비 35% 싼 가격에 새 주인을 찾았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연면적이 약 9만평(29만9252㎡)에 달하는 인천 석남동 혁신물류센터가 이지스자산운용에 5850억원에 팔렸다. 이 물류센터를 소유하고 있던 글로벌 사모펀드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은 2022년 4월부터 매각을 시도해왔지만, 그동안 부동산 경기 침체와 물류센터 공급 과잉이 겹쳐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하다 2년 만에 매각에 성공할 수 있었다.

코로나가 끝난 뒤 공급 과잉에 시달리며 얼어붙었던 국내 물류센터 거래 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2022년 하반기부터 팬데믹 완화와 경기 침체 우려로 전자상거래 수요가 정체되자 물류센터 시장은 공실이 늘고 임대료가 내리면서 거래가 급감했다. 그러나 작년 말 물류센터 공급이 정점을 찍은 뒤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자산 정리와 공사비 급등 여파로 올해부터는 공급이 줄고,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진출로 대형 물류센터 중심으로 수요 확대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

그래픽=양진경

◇2분기 물류센터 거래 2배 증가

27일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회사 젠스타메이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물류센터 거래액은 1조8549억원으로 전 분기(8969억원)의 배(倍) 수준으로 늘었다. 2분기 기준으로는 2018년 이후 역대 가장 많은 거래액이다. 한 물류센터 컨설팅사 관계자는 “물류센터 수급 불균형이 완화하는 가운데 PF 상환 실패나 경영난으로 헐값에 나온 양질의 물류센터를 선점하려는 수요가 많아 거래 규모가 늘었다”고 했다.

국내 물류센터 시장은 코로나 기간에 쿠팡과 컬리 같은 이커머스가 급성장하면서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특히 신선식품 배송 경쟁이 붙으면서 저온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단기간에 투자가 집중됐다. 그러나 2022년 하반기부터 물류센터 붐을 이끌었던 전자상거래 수요가 팬데믹 완화와 경기 침체 우려로 꺾인 상황에서, 코로나 전 착공에 들어간 물류 센터는 계속 지어지면서 공급 과잉이 발생했다. 2018~2021년 연평균 70만평(약 231만㎡)이 공급된 수도권 물류센터는 2022년에는 125만평(약 413만㎡), 지난해에는 184만2000평(약 609만㎡)이 공급됐다. 고금리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공급 과잉으로 공실률이 20%대로 치솟고 임대료가 급락하자 물류센터 투자 수요도 얼어붙었다.

그러나 작년 4분기를 정점으로 올해부터 물류센터 공급량이 급감하고, 대출금리도 안정되면서 다시 투자 수요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물류센터 공급 규모는 123만2000평(약 407만㎡)으로 작년보다 33% 줄어들 것으로 추산되고, 내년에는 2018년 이후 최저치인 50만평(약 165만㎡)에 그칠 전망이다. 국내 중소 시행사들이 개발을 추진하던 물류센터가 공사비 급등과 수요 부진에 착공도 못 한 채 사업이 중단되고, PF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공매로 넘어가는 사례가 급증한 탓이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인허가 후 착공에 성공한 물류센터 비율은 2021년 74%에서 2022년 27%로 떨어지더니 작년에는 4%에 그쳤다.

그래픽=양진경

◇알리, 테무의 진출 확대에다 쿠팡까지 투자 가세

특히 올 들어 알리, 테무 등의 중국 이커머스가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해 이커머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물류센터 수요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모회사 알리바바는 물류센터 투자를 포함해 향후 3년간 한국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쿠팡도 이에 맞서 신규 물류센터 확장에 나섰다.

국내외 투자자들은 향후 사업성이 살아날 때를 대비해 NPL(부실채권) 펀드를 조성해 헐값에 물류센터를 사들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4월 미국 대체투자사 안젤로고든과 4000억원 규모의 물류센터 NPL 펀드를 조성했고, 메리츠증권도 지난 5월부터 3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꾸리고 있다. NH투자증권, KB증권, 인베스코 등도 펀드 조성을 시작했거나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