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빌라 밀집지역의 모습. /뉴스1

올해 집을 사들인 사람 중 절반 이상은 기존에 보유한 부동산을 팔아 자금을 마련한 ‘갈아타기’ 수요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주로 투자를 목적으로 한 ‘갭 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 비율은 줄었다. 1주택자가 기존 집을 처분한 돈에 추가로 대출을 받아 ‘똘똘한 한 채’ 구매에 나선 수요가 늘면서 서울 인기 주거지 아파트 값이 많이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국토교통부가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실에 제출한 ‘주택 자금조달계획서상 자금 조달 방법별 구분’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국 주택 매수자 가운데 ‘부동산 처분 대금’으로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신고한 비율은 57.8%였다. 2022년엔 이 비율이 27%에 그쳤는데, 2년 새 배(倍) 이상으로 늘었다.

자금조달계획서는 집을 사들이는 자금의 출처와 조달 방법을 신고하는 서류다. 집값이 6억원 이상이거나, 투기과열지구(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에서 집을 살 때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서울은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12억원을 넘어 대부분이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고 있다.

주택 매수자 나이를 분석해 보니 40대의 갈아타기 비율이 특히 높았다. 올 들어 주택을 구입한 40대의 65.4%는 기존 부동산을 처분해 집 살 돈을 마련했다고 신고했다. 50대에서 이 비율은 57.0%, 30대는 51.8%였다.

반면, 갭 투자는 줄었다. 자금조달계획서에 임대 보증금을 승계해 집을 사겠다고 신고한 비율은 2022년 44.6%에서 올해 1~8월 36.8%로 낮아졌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들이 집을 판 돈에 ‘영끌’ 대출로 갈아타기에 나서면서 서울 강남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아파트 값을 밀어 올린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