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잇따라 휩쓴 대형태풍들이 태평양 바닷물의 온도 상승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최근 대형태풍이 북태평양 필리핀 해역의 고수온 현상이 원인이라고 11일 밝혔다. 표층 수온이 예년에 비해 높고 수심 50m까지 고수온 층이 형성된 것이 최근 한반도를 휩쓸고 간 마이삭과 하이선의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다.
◇필리핀 해역 수온 3년 평균치보다 1도 높아져
태풍은 열이 해양에서 대기로 이동하면서 발생한다. 표층 해수면 온도가 26도 이상일 때 대기는 바다로부터 따뜻한 수증기를 공급받아 열대 저기압을 형성하고, 이 상태가 지속한다면 태풍이 발생한다. 대형태풍은 중심으로부터 초속 15m 이상의 바람이 부는 강풍으로 반경이 500~800㎞에 이른다.
연구진은 태풍의 세력이 강해지는 급강화 현상을 밝히기 위해 지난 8월 해양조사선 이사부호를 타고 북서태평양 해역에 나가 55개 지점에서 수온과 염분을 조사했다. 해양·기상 센서가 탑재된 파랑글라이더, 표층뜰개와 수심별 수온·염분을 측정하는 부유승강로봇이 투입됐다.
조사 결과, 올해 필리핀 해역의 상층수(0~50m) 온도가 지난 3년간 8~9월 평균수온보다 1도쯤 높아져, 해양환경이 평소보다 태풍이 발생하기 좋은 조건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대형태풍 당시도 고수온 현상 발생
해양과학기술원은 제9호 태풍 마이삭이 통과하고 나서도 상층 수온이 30도 이상을 유지하여 해수의 높은 열용량이 지속했다고 밝혔다. 상층 고수온 현상이 계속된다면 대기는 해양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수증기를 공급받고, 태풍의 발생빈도가 잦아지거나 강도가 강해지는 원인이 된다.
실제로 2018년과 2019년의 가장 강력한 태풍이었던 망쿳과 하기비스 발생 당시 인근 해역에서도 고수온 현상이 나타났다. 제10호 태풍 하이선 역시 따뜻한 소용돌이 영향을 받으며 대형태풍으로 세력이 확장됐다.
김웅서 해양과학기술원장은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와 해양사고 등에 대비하기 위해 한반도 및 인근 해역에서 발생하는 해양환경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연구원의 인프라를 활용해 우리나라 주변에서 일어나는 해양기후변화를 관찰하여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