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포착됐다. 구름에서 미생물이 만든 물질이 포착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혹독한 환경의 표면과 달리 구름이라면 금성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영국 카디프대의 제인 그리브스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진은 14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하와이의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전파망원경과 칠레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 집합체 전파망원경으로 금성의 표면 50~60km 상공 대기에서 수소화인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수소화인은 인 원자 하나와 수소 원자 3개가 결합한 물질로 지구 실험실에서 합성하거나 늪처럼 산소가 희박한 곳에 사는 미생물이 만든다. 연구진은 금성에서도 구름에 있는 미생물이 수소화인을 생성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애리조나 행성과학연구소의 데이비드 그린스푼 박사는 “수소화인이 금방 분해된다는 점에서 공급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소화인이 어디서 계속 생성돼 보충 된다는 의미다.
◇구름은 표면보다 생명체 살기 적합
수소화인은 생명체 외에 거대 행성의 심층부에도 존재한다. 하지만 금성에는 그런 환경이 없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밖에 소행성이 충돌하거나 화산 활동에 의해서 생성될 가능성도 있지만 연구진은 그런 과정에서 이번 관측에서 나온 양의 수소화인이 나오기 어렵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에 금성 표면 53km 상공의 구름에서 공기 분자 10억 개 중에서 20개 정도의 수소화인을 포착했다. 엄청 적어 보이지만, 산성 용액으로 가득한 금성의 구름에서 그 정도라면 적지 않는 양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게다가 수소화인이 16분이면 모두 분해된다는 점에서 이 정도 양이 계속 관측됐다는 것은 구름에서 수소화인이 계속 보충 된다는 의미다.
연구진의 일원인 미국 MIT의 클라라 수사-실바 박사는 영국 뉴사이언티스트 인터뷰에서 “수소화인을 만들 수 있는 모든 과정을 고려했지만 어느 경우도 우리가 관측한 양 만큼은 생성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남은 가능성은 두 가지다. 하나는 금성의 구름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엇인가 이뤄지고 있거나, 아니면 지구처럼 생명체가 수소화인을 생성하는 것이다.
금성의 대기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이전부터 있었다. 금성의 표면은 대기압이 지구의 95배나 되고 온도가 최대 섭씨 477도나 되기 때문에 생명체가 살기 어렵다. 하지만 표면 50km 위는 기압과 온도가 지구와 비슷해 생명체가 존재할 정도의 환경으로 알려졌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의 폴 바이른 교수는 “이전까지는 이론 상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추론에 그쳤지만 이제 수소화인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재 일본 우주선 홀로 금성 탐사
인류는 우주 개발 초기부터 금성을 탐사했다. 1961년 구소련은 금성 탐사선 베네라 1호를 발사하지만 실패했다. 처음으로 금성을 근접 통과한 탐사선은 1962년 발사된 미국의 마리너 2호로, 금성의 표면 온도가 섭씨 470도나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1966년 소련의 베네라 3호는 금성 표면에 충돌해, 최초로 다른 행성의 표면에 도달한 탐사선이 됐다. 베네라 4호는 금성 대기 속으로 하강하면서 금성 대기 대부분이 이산화탄소임을 밝혀냈다. 1970년 베네라 7호는 금성 표면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했다. 미국의 마젤란 탐사선은 1990~1994년 금성 표면의 98%를 레이더로 관측, 지도를 작성했다.
최근에는 유럽 우주국(ESA)의 비너스 익스프레스가 2006년 금성 궤도에 진입해 금성 대기와 지표의 특성을 조사했다. 비너스 익스프레스는 2014년 임무를 마쳤다. 현재 금성 궤도를 도는 우주선은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아카츠키가 유일하다. 이 탐사선은 2015년 12워 7일 금성 궤도에 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