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유행은 자연 파괴로 인간과 야생동물의 접촉이 늘어난 탓이라고 과학계는 분석한다. 자연이 코로나를 인간 사회에 풀어놓을 정도로 이미 한계에 처해 있었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지난 50년간 전 세계에서 동물이 3분의 2나 사라졌다는 보고서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작은 희망도 생겼다. 야생동물에 대한 종 복원 노력이 진행되면서 30년 만에 사라져가던 동물 48종이 멸종 위기에서 벗어났다. 자연에 병 주는 인류지만 노력하면 약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50년 사이 전 세계 동물 68% 사라져
세계자연기금(WWF)은 지난 9일 발표한 ‘2020 글로벌 리빙 인덱스’ 보고서에서 1970년부터 2016년까지 전 세계에서 동물 개체군의 68%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리빙 인덱스는 1970년을 기준으로 지역별⋅시기별로 동물 개체군의 변화를 나타내는 지수이다.
자연기금은 영국 런던동물학회와 함께 포유류와 조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 등 4392종 2만811개체군의 변화를 추적했다. 아프리카 코끼리는 지난 세기만 해도 300만~500만 마리가 있었는데 한 세기 만에 90%가 없어졌다. 아프리카 회색앵무는 1992년 이래 가나에서 99%가 사라졌다.
군집 감소가 가장 심한 곳은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이었다. 파충류와 양서류, 조류가 무더기로 사라지면서 개체군이 무려 94%나 감소했다.
그 뒤로 아프리카(65% 감소), 아시아·태평양(45%), 북미(33%), 유럽·중앙아시아(24%) 순이었다. 야생동물 중에는 민물에 사는 종들이 평균 84%가 감소해 가장 심한 타격을 입었다.
범인은 역시 인간이었다. 세계자연기금의 타냐 스틸 대표는 “인간이 숲을 태우고 물고기를 남획하고 서식지를 파괴하면서 야생동물의 수가 자유 낙하했다”고 밝혔다. 동물이 사라진 원인으로는 토지 변화가 1위였다.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야생동물 감소 원인의 43~57.9%를 차지했다. 밀림과 홍수림, 초원이 농지로 바뀌면서 야생동물이 살 곳을 잃은 것이다.
보고서는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는 야생동물이 사라진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 대유행을 가져온 서식지 파괴와 밀무역이 야생동물 감소의 원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종 복원 노력으로 멸종 위기 벗어나기도
동물 군집이 무너지면 정상적으로 자손을 번식해 종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전 세계 동식물 10만여 종을 대상으로 조사해 그중 3만2000여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IUCN은 지금 추세라면 수십년 내 동식물 50만 종과 곤충 50만 종 등 약 100만 종이 멸종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지만 인간이 노력하면 대멸종의 파국을 막을 수도 있다. 영국 뉴캐슬대와 국제생물보존기구인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은 지난 9일 국제 학술지 ‘생물보존 통신’에 “1993년 유엔 생물다양성협약이 발효한 이래 조류와 포유류 48종이 멸종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예가 프르제발스키 말이다. 몽골 초원 지대를 누비던 이 야생마는 농지가 늘고 기상이변까지 겹치면서 1969년 야생에서 사라졌다. 다행히 1990년대 몽골 초원 지대에서 프르제발스키 말의 복원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지금은 760마리로 늘어났다. 이제는 인간의 도움 없이 군집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푸에르토리코 앵무새도 1975년 야생 상태로 13마리만 남았다. 이 역시 카리브해 섬들에서 종 복원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이제는 멸종 위기에서 벗어났다. 유럽의 이베리아 스라소니, 미국의 캘리포니아 콘도르, 인도의 피그미 멧돼지도 멸종 위기에서 벗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IUCN의 멸종 위기 동물 81종을 추적한 결과 1993년 이래 조류 21~32종과 포유류 16종이 멸종 위기에서 구조됐다고 밝혔다. 만약 종 복원 노력이 없었다면 이 시기 조류와 포유류 멸종이 3~4배는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조류는 외래종 통제와 동물원 보호, 서식지 복원이 효과를 나타냈고, 포유류는 밀렵 금지법과 종 복원, 동물원 보호가 도움을 줬던 것으로 분석됐다.
뉴캐슬대의 필 맥고원 교수는 “이번 결과는 희미한 희망을 보여준 것”이라며 “그렇지만 멸종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바키타 돌고래 같은 멸종 위기종은 여전히 불법 어로로 개체 수가 계속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