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연구가 어디에 쓰이는지 물어보면 삼성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TV를 보라고 합니다. 색을 내는 반도체인 양자점을 원하는 크기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이 제 논문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올해 노벨상 유력 수상자로 꼽힌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연구단장)는 23일 본지 인터뷰에서 “1997년 서울대 교수가 되면서 미국에서 공부한 것을 버리고 당시 새롭게 부상하던 나노 과학에 뛰어든 게 20년 만에 빛을 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매년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족집게 예언해온 글로벌 학술정보 분석 기업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이날 한국인 과학자로 유일하게 현 교수를 올해 노벨상 수상 유력 후보로 꼽았다. 올해 노벨상은 다음 달 5일부터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발표된다. 현 교수는 미국 MIT의 모운지 바웬디 교수, 펜실베이니아대의 크리스토퍼 머리 교수와 함께 광범위한 곳에 응용되는 나노 입자를 정밀 합성한 연구 공로로 화학상 유력 수상자로 선정됐다.
클래리베이트는 2002년부터 생리의학·물리학·화학·경제학 분야에서 논문 피인용 빈도가 상위 0.01%에 해당하는 우수 연구자를 노벨상 수상 후보로 선정해왔다. 지금까지 후보로 지목한 연구자 336명 중 54명(16%)이 노벨상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2014년 유룡 카이스트 교수, 2017년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 2018년 로드니 루오프 울산과기원 교수가 화학상 후보로 선정된 바 있다.
현 교수는 2001년 온도를 서서히 올리며 반응을 시키는 균일한 나노 입자 합성에 성공했다. 현 교수의 연구를 계기로 태양전지에서 암 진단, 치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 활용되는 나노 입자를 원하는 대로 합성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 논문은 지금까지 다른 학자 논문에 1660회 인용됐다. 2004년 ‘네이처 머티리얼스’에 발표한 나노 입자 대량 합성법은 3000회 인용됐다. 현 교수는 이 논문에서 나노 입자를 기존 방법보다 1000분의 1 가격으로 1000배 많이 생산하는 방법을 발표해 학계를 놀라게 했다. 이 논문이 QLED TV를 낳았다.
현 교수는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호암상, 포스코청암상 등 국내 최고 과학상을 휩쓸었다. 그는 “노벨상을 받든 안 받든 평가 기준이 될 논문은 다 발표했다”며 “앞으로 난치병 치료에 새로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의대 연구진과 함께한 동물실험에서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패혈증과 알츠하이머 치매를 나노 입자로 호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노벨상 수상 가능성에 대해 현 교수는 “QLED TV의 기본 원리가 된 양자점 연구자 2명이 아직 노벨상을 받지 않았다”며 “이들부터 수상하고 나서 기대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클래리베이트는 이날 올해 노벨 과학상과 경제학상 수상이 유력한 연구자·과학자 24명을 발표했다. 분야별로는 생리의학이 4명, 물리학 7명, 화학 6명, 경제학 7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