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자협회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에 관한 해외 첨단 연구 진행 상황과 뉴스를 신속하게 파악해 <한국과학기자협회 코로나19 연구 속보>시리즈로 게재, 소개함으로써 과학 보도의 저변을 확대하고 국민의 과학적 이해를 제고하고자 합니다.

알약과 시계, 로봇 일러스트.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코로나 신약 개발 시간을 단축하고 있음을 상징한다./IEEE 스펙트럼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인공지능(AI)이 성과를 내고 있다. 제약사와 AI 신약 개발 벤처가 손잡고 5년씩 걸리는 코로나 치료제 개발을 6개월 안에 끝내기 위해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이미 AI가 설계한 후보 물질이 탄생했다. 글로벌 IT(정보통신) 기업들은 AI가 코로나 치료제를 탐색하는 데 필요한 컴퓨터 자원을 지원하고 있다. 바이러스와 AI의 한 판 승부가 시작된 것이다.

◇독감 바이러스 약 찾다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선회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발간하는 스펙트럼지는 지난 23일 세계 곳곳에서 수백 기업이 AI를 이용해 코로나 치료제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비영리 연구기관인 SRI와 프랑스 파리의 AI 신약개발 업체 이크토스(Iktos)의 공동 연구를 들었다.

두 회사는 지난해 말 항바이러스 치료제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들은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의 단백질 기능을 차단하는 화학 합성 의약품을 개발하려고 했다. 올 초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창궐하자 코로나 바이러스(SARS-CoV-2) 치료제로 선회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단백질이 97% 같다.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자 의학계는 이미 개발돼 허가 받은 약 중에 코로나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것을 찾았다. 이른바 약물 재창출 연구이다.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된 렘데시비르가 약물 재창출로 코로나 치료제가 됐다. 하지만 약물 재창출로 찾은 약은 급한 대로 쓰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부작용 없이 확실한 치료 효과를 내려면 코로나 맞춤형 신약이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신약 개발이 코로나 대유행에 맞서기에 개발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점이다. 임상시험을 할 신약 후보를 개발하는 데만 3~5년이 걸린다. SRI 바이오사이언스의 네이선 콜린스 수석전략책임자는 “우리의 목표는 AI와 자동화 장비로 신약 후보 물질 개발을 6개월 이내로 줄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AI가 약 구조 설계하면 로봇이 합성

이크토스의 AI 전문가와 화학자들은 코로나 신약 후보를 찾는 AI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AI는 100만 가지 화합물을 학습했다. 한 단계에서 가상의 화합물 100개를 만들고 원하는 치료제의 특성에 맞는지 대조한다. 이 결과는 다음 단계 화합물 설계에 반영한다. 이런 작업을 반복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차단하는 화합물의 구조를 찾아낸다.

SRI의 로봇은 잉크젯 프린터 기술로 항바이러스 분자를 극소량 시험 합성해 설계대로 치료제가 만들어지는지 확인한다./IEEE 스펙트럼

과학자들은 약이 될 수 있는 분자가 최소한 10의 63 제곱 개 정도라고 추정한다. 인간은 이 중 99.9%를 아직 합성하지 못했다. AI는 가상 세계에서 인간이 해보지 못한 일을 엄청난 속도로 할 수 있다.

다음은 AI가 설계한 대로 약품을 화학 합성하는 일이다. 이 일은 SRI 바이오사이언스의 로봇이 맡았다. SRI는 미국 국방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으로부터 1380만 달러(161억원)를 지원 받아 지난 4년간 약품 화학 합성 과정을 자동화했다.

먼저 기계학습 소프트웨어가 원하는 분자를 만들 수 있는 제조 경로를 탐색한다. 다음에는 잉크젯 프린터가 화학물질들을 섞어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화합물이 제대로 만들어지면 소량 화학 합성 장비가 밀리그램에서 그램 단위까지 원하는 화합물을 생산한다. 공동 연구를 시작한 지 4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두 회사는 첫 번째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 후보 물질을 만들었다.

◇IT기업들도 치료제 탐색에 컴퓨터 자원 기부

AI가 또 다른 첨단 기술과 손잡고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하는 사례는 많다. 지난 3월 홍콩의 AI 신약 개발 업체인 인실리코 메디신(Insilico Medicine)은 미국 샌디에이고의 나노미(Nanome)와 손을 잡고 코로나 치료제 개발을 시작했다. 인실리코가 AI로 신약 후보 물질의 분자 구조를 만들면 나노미가 가상현실(VR) 기술로 3차원 구조 형태로 구현해 보완 작업을 하는 식이다.

인실리코가 AI로 설계한 코로나 치료제 분자를 나노미가 VR로 구현해 수정하는 모습./Nanome

일본 제약사 다케다는 미국 뉴욕의 가상 화학 실험 업체인 슈뢰딩거(Schrodinger)와 함께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슈뢰딩거는 AI가 원하는 형태의 치료제에 맞는 분자 구조를 고르기 위해 매주 수십억 가지의 분자를 분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AI는 약효와 함께 인체에 전달하는 형태도 고려한다.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는 일일이 병원에 가서 정맥 주사를 맞는 약보다 집에서 알약으로 먹는 형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IT기업들은 AI 업체들의 신약 개발에 컴퓨터 자원을 지원했다. 인터넷 가상 서버 업체인 구글 클라우드는 지난 6월 슈뢰딩거에 1600만 시간 상당의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 계산용량을 기부했다.

아마존 웹 서비스와 IBM, 인텔도 민간 기구인 ‘코로나19 고효율 컴퓨팅 컨소시엄’에 컴퓨터 자원을 기부했다. 이 컨소시엄은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는 프로젝트 87군데에 CPU(중앙처리장치) 코어 680만 개, GPU 5만 개, 600페타플롭(1페타플롭은 1000조회 연산)의 계산 용량을 지원했다.

◇코로나 재유행에 대비한 치료제 필요

지금으로선 AI의 코로나 맞춤형 치료제보다 백신이 먼저 개발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한 번 유행하고 지나가지 않고 반복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에 직접 작용하는 치료제는 꼭 필요하다고 본다.

백신은 바이러스를 약하게 경험해 인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원리다. 항체 치료제도 면역반응을 도와준다. 이에 비해 항바이러스 화학 합성 약품은 인체에 침입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직접 결합해 세포 침입이나 유전물질 복제 또는 숙주 세포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을 차단하는 게 목적이다. AI가 코로나 전쟁을 끝낼 주력군을 양성하는 셈이다.

※출처

https://spectrum.ieee.org/artificial-intelligence/medical-ai/can-ai-and-automation-deliver-a-covid19-antiviral-while-it-still-matters

※한국과학기자협회 코로나19 연구 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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