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사진. 바이러스는 표면의 스파이크(연두색) 단백질로 숙주세포에 결합한다. 이곳에 돌연변이가 생기면서 숙주세포와 결합하는 능력이 배가돼 감염력이 10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밝혀졌다./NIAID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난해 말 처음 중국에 나타난 것보다 지금은 인체 감염력이 10배 이상 높아졌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입증됐다. 과학자들은 돌연변이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표면 단백질을 결합하는 능력이 더 발전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1일(현지 시각) “전 세계로 퍼진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연변이가 사람 세포와 햄스터 대상 실험에서 감염력이 훨씬 강하다는 사실이 잇따라 확인됐다”고 밝혔다.

올 2월 과학자들은 코로나 감염증을 유발하는 ‘사스 코로나 바이러스2(SARS-CoV-2)’가 인체 세포에 결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D614G’로 명명된 이 돌연변이가 이후 유럽과 북미, 아시아로 퍼져 지금은 코로나 감염 환자의 대부분에서 발견된다.

◇돌연변이로 바이러스의 감염력 높아져

네이처지는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대의 랄프 바릭 교수 연구진과 텍사스대의 페이-용 시 교수 연구진이 각각 논문 사전 출판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에 최근 코로나 환자들에게서 발견되는 돌연변이 바이러스를 실험실에서 만들어 인체 세포와 햄스터에 대한 감염력이 훨씬 높아졌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노스 캐롤라이나대 연구진은 지난달 29일 바이오아카이브에 실험실에서 D614G와 일반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력을 비교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돌연변이 바이러스는 전자현미경으로 본 외형은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코와 기도 상피세포에 일반 바이러스보다 더 많이 감염됐다.

특히 D614G 돌연변이 바이러스와 일반 코로나 바이러스를 동시에 상기도 상피세포에 주입했더니 나중에 배양 세포에서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10배나 더 많이 발견됐다. 그만큼 감염력이 강하다는 의미다.

코로나 환자 중 D614G 돌연변이 바이러스 검출 비율. 6월 말이 되면 환자 대부분에서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네이처

◇복제 과정에서 불량 적고 생산성 증대

텍사스대 의대 연구진도 지난달 2일 바이오아카이브에 “인체 세포와 햄스터 감염 실험 결과 D614G 돌연변이가 일반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10배 이상 감염력이 높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허파 상피세포 감염 실험에서 48시간 후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일반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2.4배나 더 많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반면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인 RNA는 비슷하게 발견됐다. 연구진은 “RNA 대비 바이러스 입자 비율을 볼 때 D614G 돌연변이의 감염력이 10배 이상이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정용석 경희대 교수는 “부품인 RNA는 비슷한데 최종 제품인 바이러스 입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돌연변이가 복제 과정에서 불량품이 적고 생산성이 높다는 의미”라며 “단순히 생산성만 높아진 게 아니라 세포 침투 능력도 배가 되는 기술 발전을 이뤄 종합적으로 감염력이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전자 설계도의 글자 하나 차이

그렇다면 돌연변이 바이러스는 원래 바이러스와 얼마나 다를까. 단백질은 20가지의 아미노산 조각들이 연결된 형태다. 각각의 아미노산은 유전자를 구성하는 물질인 염기 3개가 연결된 순서로 결정된다. 즉 생명체는 유전자의 염기서열 정보에 따라 특정 아미노산들을 연결해 원하는 단백질로 만든다.

코로나 바이러스 돌연변이 D614G의 스파이크 단백질 구조. 유전자의 염기 하나가 달라지면서 스파이크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 아스파르트산(D)이 글리신(G)으로 바뀐다(위). 그 결과 스파이크의 구조가 열린 형태가 되고 감염력이 높아진다(아래)./네이처

미국 듀크대의 데이비드 몬트피오리 교수와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의 베트 코버 박사 연구진은 지난 3월 코로나 감염 환자에서 추출한 바이러스에서 스파이크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 614번째인 아스파르트산(D)이 글리신(G)으로 바뀌었음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 돌연변이 바이러스를 614번째 아미노산 D가 G로 바뀌었다고 D614G라고 이름 붙였다.

연구진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구성하는 염기 2만 9903개 중, 단 하나가 달라지면서 이 같은 돌연변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말하자면 설계도의 글자 하나가 바뀌면서 최종 제품이 완전히 달라진 것과 같다.

돌연변이 바이러스는 올 초에는 미미하다가 봄부터 유럽과 북미, 아시아로 퍼지기 시작했다. 3월부터 코로나 환자의 절반에서 나타나기 시작해 6월까지 75%로 급증했다. 지난 8월 말레이시아 보건당국은 감염력이 10배 강해 수퍼 전파자에 의해 쉽게 퍼질 수 있는 D614G 코로나 바이러스 변종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스파이크 단백질 변화로 결합력 증가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감염력이 더 높아진 구체적인 원인도 속속 밝혀졌다. 미국 매사추세츠 의대의 제러미 루반 교수 연구진은 지난 6월 발표한 논문에서 D614G 돌연변이 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구조가 닫힌 형태에서 열린 형태로 바뀌면서 숙주 세포에 더 잘 결합하게 됐다고 밝혔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에 스파이크 단백질을 결합해 침투한다. 최근 스파이크에 돌연변이(붉은 원)가 발생하면서 전체 구조가 닫힌 형태에서 열린 형태로 바뀌고, 그만큼 세포 결합력이 강해진 것으로 밝혀졌다./미 매사추세츠 의대

또 텍사스대 의대 시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2일 바이오아카이브논문에서 원래 형태의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체 세포 감염 실험에서 D614G 돌연변이보다 스파이크 단백질 절단 효율이 20~30% 떨어졌다고 밝혔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절단해 한쪽은 숙주 세포와 결합하고 다른 쪽은 바이러스의 외피와 숙주 세포의 세포막을 융합시킨다. 단백질 절단 효율이 높으면 그만큼 바이러스의 세포 침투력이 강해진다는 의미다.

정용석 경희대 교수는 “결국 D614G 돌연변이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에 부착한 뒤 내부로 진입하는 과정의 성공률을 높여 감염 효을을 상승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