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탐사선 아카츠기가 촬영한 금성./JAXA

목성만 없었다면 지금도 금성이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한 환경이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금성에서 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금성의 환경이 어떻게 급변했는지 알려줄 단서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UC)의 스티븐 케인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30일 국제 학술지 ‘행성 과학 저널’에 “태양계 형성 초기에 목성이 태양에 근접했다가 멀어지는 과정에서 금성의 궤도가 바뀌면서 지금처럼 혹독한 환경이 됐다”고 밝혔다.

금성은 크기나 밀도는 지구와 비슷하지만 내면은 완전 딴판이다. 두꺼운 구름층이 누르는 힘 탓에 표면 압력이 지구의 90배나 된다. 이 구름층이 온실처럼 열을 가둬 기온도 섭씨 470도가 넘는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금성이 태양을 공전하는 궤도가 변하면서 물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케인 교수는 “현재 금성에서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궤도가 완벽한 원에 가깝다는 사실”이라며 “금성이 늘 원궤도였는지, 그렇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심률(離心率)은 행성의 궤도가 원에서 벗어나는 정도를 나타낸다. 원이면 0이고 1이면 타원을 벗어나 우주로 사라진다. 목성의 질량은 태양계 다른 행성 모두를 합친 것의 2.5배나 될 만큼 크다. 다른 행성에 가까이 가면 궤도를 바꿀 수도 있다. 연구진의 가상 실험에서 현재 금성의 이심률은 0.006으로 원에 가깝지만 10억년 전 목성이 태양에 근접했을 때는 0.3으로 타원 궤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케인 교수는 “목성의 이동에 따라 금성은 급격한 계절적 변화로 물이 사라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금성이 타원 궤도로 공전하면 태양에서 멀어지는 지점에선 물이 얼거나 눈이 내리고, 태양에 가까이 가면 증발해 구름이 된다.

태양에 가까워지면 자외선도 증가해 구름 속 물 분자가 수소와 산소로 분해된다. 수소는 가벼워 쉽게 대기를 벗어날 수 있다. 그만큼 다시 물 분자를 만들지 못한다.

케인 교수는 “지난달 금성의 구름에서 생명체가 합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분자가 발견된 것은 금성의 급격한 환경 변화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생명 종을 보여주는 증거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