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탄생 초기에 블랙홀의 중력 ‘그물’에 갇힌 은하 여섯 개가 발견됐다. 이번 발견은 블랙홀의 성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탈리아 국립천체물리연구소(INAF)는 “우주가 시작된 직후 하나의 초질량 블랙홀 주위에 이렇게 많은 은하가 밀집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연구 결과를 지난 1일 국제학술지 ‘천문학과 천체물리학’에 발표했다.
우주가 생겨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타난 블랙홀은 최초의 별들이 붕괴하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어떻게 거대하게 커지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이다.
연구진은 유럽남방천문대(ESO)의 초거대망원경(VLT) 등을 사용해 태양 질량의 10억배에 달하는 블랙홀을 발견했다. 블랙홀은 은하 여섯 개가 그물처럼 둘러싸고 얽힌 모습이었다. 우리 은하의 300배 이상 크기에 달하는 그물이다. 마르코 미뇰리 박사는 “우주의 그물 가닥은 거미줄과 같다”면서 “은하들은 가닥들이 교차하는 곳에 멈춰 성장하며, 은하들과 초질량 블랙홀에 연료를 공급할 가스의 흐름도 그 가닥들을 따라 흐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장을 위한 연료 공급에 그물 구조가 쓰인다는 뜻이다.
초질량 블랙홀을 가진 거대한 그물에서 나오는 빛은 우주가 탄생한 지 9억년쯤 됐을 때부터 지구에 날아오기 시작했다. 최초의 블랙홀들은 우주가 태어난 지 처음 9억년 안에 질량이 태양의 10억배까지 도달하려면 매우 빠르게 성장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발견은 초질량 블랙홀들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형성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초기 우주의 초질량 블랙홀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암흑 물질로 이뤄진 헤일로 때문일 수 있다고 추정한다. 헤일로는 은하 원반의 주위를 둘러싸는 구 모양의 영역이다.
암흑 물질은 빛을 내지 않아 보이지 않지만 중력을 가진 미지의 물질이다. 우주는 지구 같은 행성과 별처럼 보이는 물질이 전체의 5%를 구성하고 나머지 95%는 암흑 물질 또는 밀어내는 힘을 가진 암흑 에너지가 차지하고 있다.
암흑 물질로 이뤄진 영역은 초기 우주에서 엄청난 양의 가스를 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 즉 가스와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이 함께 은하와 블랙홀이 진화할 수 있는 그물 구조를 형성해 블랙홀들이 초질량이 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공동 저자인 미국 존스홉킨스대 콜린 노먼 교수는 “이번 발견은 거대한 그물 모양의 구조에 있는 암흑 물질 헤일로 안에서 초질량 블랙홀들이 형성하고 성장한다는 이론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천문학자들은 이번에 발견된 여섯 은하는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연구진은 “이제 빙산의 일각을 발견했다"며 "지금까지 발견한 은하는 현재 망원경으로 발견할 수 있는 은하 중 밝은 은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