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노벨 과학상(물리·화학·생리의학상) 수상자가 가려졌지만 올해도 한국인 수상자는 없었다.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가 화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된 게 전부다. 노벨 과학상은 1901년부터 올해까지 32국에서 624명이 받았다.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이 수상자를 수백~수십명 배출했다. 중국에서 3명, 인도에서 2명이 나왔고, 터키·모로코·룩셈부르크·파키스탄인도 한 명씩 받았다. 하지만 120년간 한국인 수상자는 한 명도 없었다.

남기태, 김형범, 서창호, 김범경, 최제민, 박호석

그래도 한국 과학의 미래는 있다. 한국의 경제 규모나 교육수준은 선진국에 많이 근접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은 이미 세계 최고다. 여기에 묵묵히 연구에만 몰두하며 세계 과학계 주목을 받는 40대 젊은 과학자들이 있다.

13일 본지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함께 신소재, 인공지능(AI), 의학 등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젊은 과학자 6명을 선정했다. 한림원은 국내 과학기술 분야 석학들이 회원인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과학자 단체다.

남기태(43)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인공 광합성 등 생명체의 원리를 모방한 신소재를 연구하고 있다. 김형범(45) 연세대 의대 교수는 유전자 가위의 효율을 인공지능(AI)으로 예측한 의과학자다. 서창호(42) 한국과학기술원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자율주행차 충돌 예측 시스템 등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김범경(42) 연세대 의대 교수는 B형 간염에 의한 간암 발생을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했다. 최제민(43)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자가 면역 질환 연구에서, 박호석(43)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는 안전하고 높은 성능의 에너지 저장 장치 개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민구 한림원 원장은 “국내 젊은 과학자들 가운데 10년 이내에 노벨상급 궤도에 오를 사람이 많다”면서 “정부와 기업이 장기적으로 잠재력 있는 연구자들을 밀어주면 곧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