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 멀리까지 전기를 아무런 손실 없이 보낼 수 있는 획기적 기술이 현실로 다가왔다. 아주 낮은 온도로 냉각하지 않고도 전기를 보낼 때 저항이 사라지는 ‘상온(평상시 온도) 초전도(超傳導)’ 현상이 처음으로 실현된 것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무손실 송전(送電)이 가능해 에너지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 모든 열차가 자기부상열차가 될 수도 있다.
◇상용화되면 무손실 전력 전송 가능해
미국 로체스터대의 랑가 다이어스 교수 연구진은 15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다이아몬드 사이에 탄소와 황, 수소로 만든 물질을 두고 고압을 걸어줬더니 섭씨 15도에서 전기저항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상온 초전도 현상 연구 결과는 초고압 상태에서 구현됐다. 로체스터대 연구진은 대기압의 260만배 압력에서 상온 초전도 현상을 확인했다.
초전도 현상은 전기저항 없이 전류가 흐르는 것이다. 1911년 영하 270도에서 처음으로 초전도 현상이 발견된 이래 과학자들은 100년 넘도록 더 높은 온도, 상온에서도 작동하는 초전도체를 찾기 위해 경쟁했다.
상온 초전도 연구는 최근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 2015년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과학자들은 대기압보다 150만배 강한 압력으로 황화수소를 압축해 영하 70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구현했다, 당시 미 해군 연구소의 이고르 마진 박사는 네이처에 실린 논평에서 독일 연구진의 발견에 대해 “초전도체의 ‘성배(聖杯)’를 찾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초전도 현상을 구현할 수 있는 온도가 영하 23도, 영하 13도에 이어 영상 7도까지 발전했다.
초전도 현상이 상온에서 구현되면 에너지 산업에 엄청난 파급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 현재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가 가정에 오기까지 4% 이상이 사라진다. 구리 전선의 전기저항으로 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만 한 해 22조원이 송전 과정의 전력 손실로 사라진다. 국내에서도 매년 1조5000억원이 넘는 전력 손실이 발생한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한국전력공사의 ‘전력 수송 중 전력 손실량 및 손실액’ 자료에 따르면 2014~2018년 송배전 전력 손실 비용은 8조2823억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