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 분해하는 지렁이

토양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지렁이가 오히려 미세플라스틱을 더 관찰하기 어려운 나노플라스틱으로 만들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안윤주 건국대학교 환경보건과학과 교수팀은 “지렁이가 섭취활동에 의해 토양 내 미세플라스틱이 쪼개져 나노플라스틱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아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환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해저드스 머티리얼스’ 9월 18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지렁이 분변에서 나노플라스틱 관찰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하는 가운데 미세플라스틱과 나노플라스틱이 토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실정이다. 5㎜ 미만의 미세플라스틱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이보다 더 작은 100㎚ 미만의 나노플라스틱은 환경에 얼마나 존재하며, 어떻게 발생하는지 관찰하기는 더욱 어렵다.

미세플라스틱 분해하는 지렁이./연구재단

건국대학교 연구진은 토양에 서식하는 대표적 생물종인 지렁이를 이용해 토양환경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눈에 보이지 않는 크기까지 작아져 분변토를 통해 재배출될 수 있음을 시각적으로 규명했다.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된 토양샘플에서 3주간 배양한 지렁이의 분변토에서 얻은 입자성 물질들을 주사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미세플라스틱보다 작은 입자성 물질이 존재하는 것을 알아냈다. 나아가 X선 분광분석을 통해 입자성 물질의 성분을 분석, 토양 입자와 명확하게 구분되는 나노플라스틱의 존재를 검증했다. 토양섭취활동에 의해 지렁이의 장 내에 미세플라스틱보다 더 작은 파편화된 나노플라스틱이 생성되었다는 것이다.

◇미세플라스틱이 지렁이 정자형성 저해

이번 연구결과는 이미 환경에 존재하는 미세플라스틱이 더 잘게 쪼개져 나노플라스틱으로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연구진은 “나노플라스틱의 토양생태 독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와 분석기술이 부족한 실정에서 나노플라스틱의 토양 분포, 토양 생물체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지렁이는 정상적 정자형성이 저해돼 번식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도 알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