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먹을 우유를 만드는 과정에 젖병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수백만 개씩 방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세 플라스틱이 아기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위키미디어

아기 젖병을 흔들 때마다 수백 만 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떨어져 나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미세 플라스틱이 아기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는 아직 규명되지는 않아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대의 존 볼랜드 교수 연구진은 19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식품’에 “아기가 먹을 우유를 준비하는 도중 젖병에서 1리터 당 평균 400만 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떨어져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세 플라스틱은 5㎜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지금까지 강이나 바다로 배출된 플라스틱 포장재나 용기가 분해되면서 미세 플라스틱을 방출한다고 알려졌지만 젖병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나온다는 사실은 처음 확인됐다.

◇온도 높을수록 많이 흔들수록 플라스틱 배출 증가

연구진은 전 세계 시장의 69%를 차지하는 폴리프로필렌 재질의 젖병으로 실험을 했다. 새 젖병을 섭씨 25도 물로 세 번 헹구고 95도 물에 넣어 소독한 다음, 건조하고 70도의 정제수를 부어 넣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아기가 먹을 우유를 만들 때 식중독균과 같은 병원균을 차단하기 위해 70도로 가열하라고 권고한다.

아기 젖병 속 미세플라스틱 검출 실험 과정. 젖병을 25도 물로 세 번 헹구고 95도 물에 넣어 온도를 높임. 건조 후 70도 물을 넣고 분유 탈 때처럼 흔듬. 물을 필터에 걸러 현미경으로 미세 플라스틱 확인./네이처

다음은 물을 채운 젖병을 아기 우유를 섞을 때처럼 기계장치로 흔들었다. 이후 젖병 안의 물을 필터로 걸러 침전물을 현미경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1리터 당 100만~1600만개씩 미세 플라스틱을 발견했다.

정제수에 분유를 탔을 때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를 아기가 먹는 우유 양으로 따지면 생후 첫 해에 매일 158만 개씩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하는 셈이 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또 수온이 올라갈수록 미세 플라스틱 방출량이 늘어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젖병을 더 많이 흔들면 미세 플라스틱도 그만큼 더 많이 나왔다.

◇티백에서도 플라스틱 검출, 건강 영향은 미확인

지난해 캐나다 맥길대 연구진은 1회용 티백을 95도 온도의 물에 타면 차 한 잔에서 무려 116억 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된다고 발표했다. 이는 일반 식품이나 음료에서 나오는 미세 플라스틱보다 10의 몇 제곱은 많은 양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하지만 젖병이든 티백이든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루에 미세 플라스틱을 얼마나 섭취해도 되는지 규정도 없는 상태다. 지금으로선 미세 플라스틱을 막으려고 젖병을 가열하지 않으면 병원균 감염이라는 더 큰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연구진은 대신 젖병을 직접 가열하거나 흔드는 과정을 줄여 미세 플라스틱 방출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예를 들면 분유를 따뜻한 물에 타는 과정은 플라스틱이 아닌 용기에서 따로 하고, 나중에 소독한 젖병에 담기만 하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