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콘 현미경 사진전 스몰월드 2020의 1위 수상작. 제브러피시의 뇌에서 림프관(주황색)을 확인한 사진이다./Nikon

파란색 몸통을 가진 물고기가 물속을 헤엄치고 있다. 투명한 몸속에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주황색 띠가 이어지고 있다. 카메라 제조 기업 니콘(Nikon)은 지난 13일 파스텔과 수묵이 합쳐진 느낌을 주는 이 물고기 사진을 현미경 사진전 ‘니콘 스몰월드 2020’의 1등 수상 작품으로 선정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브랜트 와인스타인 박사 연구진은 공초점 현미경으로 실험동물인 제브러피시를 관찰한 사진 350장을 합성해 이 사진을 완성했다. 유전자 변형을 통해 비늘과 뼈대는 파란색 형광을 나타내고, 림프관은 주황색을 띠게 했다.

‘얼룩말 물고기’란 뜻의 제브러피시는 잉엇과에 속하는 물고기로, 푸른색 몸에 흰 줄무늬가 있어 이런 이름을 얻었다. 몸길이는 4~5㎝로 작지만 같은 척추동물이라 기본적으로 유전자가 사람과 비슷해 실험동물로 많이 쓰인다. 알과 배아가 투명하고 세포 분열이 빨라 유전자 발현과 발생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예술적 독창성과 과학적 의미까지 고려

심사위원들은 예술적 상상력과 독창성, 기술적 숙련도와 함께 과학적 의미까지 고려해 수상작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1등 작품 역시 미적 감각이 탁월할 뿐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중요한 발견을 보여주고 있다.

림프계는 몸에서 독소와 노폐물을 제거한다. 2015년 과학자들은 포유류의 뇌에서 림프관을 처음 발견했다. 연구진은 지난 5월 어류의 뇌에도 림프관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와인스타인 박사 연구진은 “이제 뇌종양이나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린 사람 뇌에서 림프관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제브러피시로 간단하게 실험할 수 있게 됐다”고 기대했다.

니콘 현미경 사진전 스몰월드 2020의 2위 수상작. 열대어 흰동가리 배아의 발달 과정을 보여준다./Nikon

독일의 자연 사진 작가인 대니얼 크놉은 흰동가리 배아의 발달 과정을 연속 포착한 사진으로 2등상을 차지했다. 흰동가리는 애니메이션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열대어이다. 사진의 맨 왼쪽은 막 수정이 끝난 배아로, 주변에 난자와 만나지 못한 정자들도 보인다. 이어 수정 후 2, 3, 5, 9일째 되는 배아와 부화 직전의 배아까지 볼 수 있다.

니콘 현미경 사진전 스몰월드 2020의 3위 수상작. 민물 달팽이의 혀를 확대한 사진이다./Nikon

미국 하워드 휴스 의학연구소의 이고르 시바노비치 박사는 민물 달팽이의 혀를 40배 확대한 사진으로 3등에 올랐다. 사진은 혀의 미세 구조를 3D(입체)로 보여준다. 먼 곳은 파란색, 가까운 곳은 분홍색으로 보인다. 빗살 같은 구조는 먹잇감인 조류(藻類)를 긁어내는 데 쓰인다. 시바노비치 박사는 작년 대회에서는 나팔벌레를 40배 확대해 촬영한 사진으로 2등을 차지했다.

니콘 현미경 사진전 스몰월드 2020의 20위 수상작. 세바짧은꼬리박쥐의 골격이다./Nikon

영화 속 외계인을 연상케 하는 동물의 골격 사진은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세바짧은꼬리박쥐의 배아를 촬영한 것이다. 골격 발달 과정을 보기 위해 뼈대는 녹색, 연골은 주황색으로 나타나게 했다. 20등을 차지했다.

니콘 현미경 사진전 스몰월드 2020의 가작. 모낭 돌기들이 나 있는 피부 오가노이드(미니 장기)이다./Nikon

사방에 형광색 돌기가 튀어나온 모습은 미국 하버드 의대의 칼 쾰러 교수와 이지윤 박사가 피부 오가노이드(미니 장기)를 촬영한 사진으로, 가작으로 선정됐다. 오가노이드는 세포를 실험실에서 입체 구조로 배양해 장기의 축소판으로 만든 것이다. 돌기는 머리카락이 자라는 모낭(毛囊)이다. 연구진은 지난 6월 네이처지에 이 피부 오가노이드를 발표했다.

니콘 현미경 사진전 스몰월드 2020의 가작. 생쥐의 발이 치쿤구니야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면역세포(주황색)가 몰려든 모습이다./Nikon

미국 브리검 영대 연구진은 생쥐의 발바닥을 찍은 현미경 사진으로 역시 가작을 차지했다. 이 사진은 1㎝ 길이 생쥐 발이 치쿤구니야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습을 찍은 현미경 사진 2200여장을 합성한 것이다. 이 바이러스는 관절염을 일으켜 심각한 통증을 유발한다. 사진에서 파란색은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면역세포인 대식세포이다.

니콘 현미경 사진전 스몰월드 2020의 13위 수상작. 단백질을 만드는 아미노산인 L-글루타민과 베타 알라닌의 결정 사진이다./Nikon

니콘은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1975년부터 매년 이 공모전을 열고 있다. 이번 대회는 전 세계 90국에서 출품한 사진 2000여 점 가운데 본상 20작품을 비롯해 총 71작품을 수상작으로 뽑았다.

니콘 현미경 사진전 스몰월드 2020의 1위 수상작. 제브라피시의 뇌에서 림프관(주황색)을 확인한 사진이다./Nikon
니콘 현미경 사진전 스몰월드 2020의 2위 수상작. 열대어 흰동가리 배아의 발달 과정을 보여준다./Nikon
니콘 현미경 사진전 스몰월드 2020의 3위 수상작. 민물달팽이의 혀를 확대한 사진이다./Nikon
니콘 현미경 사진전 스몰월드 2020의 가작. 모낭 돌기들이 나있는 피부 오가노이드(미니 장기)이다./Nikon
니콘 현미경 사진전 스몰월드 2020의 20위 수상작. 세바짧은꼬리박쥐의 골격이다./Nikon
니콘 현미경 사진전 스몰월드 2020의 가작. 생쥐의 발이 치쿤구니야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면역세포(주황색)가 몰려든 모습이다./Nikon
니콘 현미경 사진전 스몰월드 2020의 13위 수상작. 단백질을 만드는 아미노산인 L-글루타민과 베타 알라닌의 결정 사진이다./Nikon
니콘 현미경 사진전인 스몰 월드 2020에서 14위를 차지한 뿔거위벌레 사진./Nik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