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사진. 바이러스는 표면의 돌기(스파이크)로 세포에 결합하는데 면역체계가 만드는 항체는 이 돌기에 먼저 결합해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킨다.

영국과 프랑스 과학자들이 45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실태를 조사한 결과, 한국이 세계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가장 적은 나라로 조사됐다. 과학자들은 각국의 보건 환경에 따른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차이를 파악하면 앞으로 방역 대책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헨릭 살예 교수 연구진은 2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9월 1일 현재 45국 인구 34억 명 중 5%에 해당하는 사람이 코로나 바이러스(SARS-CoV-2)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가 별로는 한국의 코로나 감염률이 0.06%로 가장 낮았으며, 남미 페루는 62%로 가장 높았다.

국가별 코로나 감염률 비교./네이처

◇65세 미만 인구 대상으로 국가별 비교

옥스퍼드대와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 공동 연구진은 이번에 45국의 코로나 사망자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65세 미만에서는 모든 나라에서 연령이 높아질수록 사망 위험이 증가하는 일정한 경향을 나타냈다. 연구진은 또 16국에서 나온 코로나 항체 조사 연구 22건도 분석했다. 혈액에 항체가 있다면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된 경험이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이 자료들을 근거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할 사람의 비율을 국가별로 예측했다. 그 결과 아프리카 케냐가 코로나 치명률이 0.09%로 45국 중 가장 낮게 나왔으며, 일본이 1.09%로 가장 높았다. 한국은 0.5%를 조금 넘어 45국 중 27번째로 나타났다.

국가별 코로나 치명률 비교./네이처

연구진은 65세 미만 인구를 대상으로 코로나 감염 실태를 비교한 것은 각국의 노인 코로나 사망자 비율이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요양원에서 집중적으로 코로나 사망자가 나타났다. 반면 아시아와 남미 국가에서는 노인 사망자가 상대적으로 적게 나왔다.

연구진은 유럽의 요양원에 있는 노인들은 이미 다양한 질환을 갖고 있어 코로나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사망률이 높다는 것이다. 반면 요양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나라에서는 실제로 노인들이 코로나에 얼마나 취약한지 실태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아시아와 남미 국가는 당장 시급한 방역에 매달리느라 노인 사망자 실태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코로나 사망자 대부분은 노년층에서 나오지만 국가별로 비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단순히 국가별 전체 사망자만 비교하면 드러나지 않은 코로나 감염자를 파악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대신 65세 미만 인구를 조사해 국가별 코로나 감염 실태를 비교했다. 그 결과 65세 미만에서는 연령별 코로나 사망자 수가 모든 국가에서 비슷하게 나타나 이를 근거로 전체 인구에서 감염자 수를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는 대규모 항체 검사를 할 수 없는 국가들에서 방역 대책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