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의 달 탐사 로버 라시드의 상상도. 고해상도 카메라와 열화상 카메라, 하전 입자 측정 장치가 장착될 예정이다./MBRSC

중동의 소국 아랍에미리트(UAE)가 2024년 이동형 로봇(로버)으로 달을 탐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성공하면 아랍 국가 최초이자 세계에서 5번째로 달에 로버를 보낸 국가가 된다. 지금까지 달에 탐사 로버를 착륙시킨 국가는 미국과 러시아, 유럽, 중국 등 우주선진국들이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5일(현지 시각) “UAE의 모하메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MBRSC)가 10㎏ 무게의 로버를 개발해 2024년 달로 보내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UAE는 이 로버에 1971년 건국 당시 두바이를 통치한 고(故) 라시드 빈 사이드 알 막툼 부통령의 이름을 따 ‘라시드’라는 이름을 붙였다.

◇전기 띤 먼지 특성, 최초로 분석할 계획

UAE 연구진은 외국의 우주개발기구나 우주기업과 손을 잡고 라시드 로버를 발사해 달에 착륙시키겠다고 밝혔다. 라시드는 현재 달에서 유일하고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로버인 중국의 창어4호에 비하면 10분의 1 무게이다. 덕분에 다른 달 착륙선에 실을 수 있다고 UAE측은 기대한다. 그만큼 로버 발사와 운용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2024년 달에 우주인을 보내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 그 일환으로 민간 달 착륙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UAE는 달 탐사 로버가 크기는 작지만 과학 장비를 알차게 꾸리겠다고 밝혔다. 로버에는 카메라 4대를 비롯해 총 6개의 과학 장비가 탑재된다. 영국 개방대의 한나 사전트 교수는 “그들은 현 단계에서 먹을 수 있는 정도 이상은 물지 않을 것”이라고 네이처에 밝혔다.

라시드의 가장 큰 임무는 달 표면의 온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달 지형의 구성 형태를 알 수 있다. 또 달 먼지의 크기와 구성 성분을 현미경 수준으로 연구할 예정이다.

가장 눈에 띄는 장비를 달 표면을 떠다니는 하전 입자를 측정하는 랭뮤어 프로브이다. 달에는 태양에서 불어오는 고에너지 입자 때문에 전기를 띤 하전 입자들이 떠다닌다. 이 입자들이 표면이 날카로운 달 먼지가 어떤 표면에도 잘 달라붙게 한다. 과거 우주인이 달을 탐사할 때 우주복과 탐사 장비에 달라붙은 먼지를 털어내는 게 중요한 작업이었다.

UAE의 화성 탐사선 아말. 지난 7월 20일 일본에서 발사됐다./MBRSC

◇달 탐사는 유인 화성 탐사의 전초전

라시드 착륙지는 아직 미정이지만 북위 45도와 적도 사이일 것으로 추정된다. 극지에 비해 암석이 적어 안전한 착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지구에서 보이는 쪽을 택했다. 그래야 지구와 통신이 쉽다.

임무 기간은 달의 하루, 즉 지구의 14일로 예정됐다. 그 사이 수백m에서 수㎞까지 탐사한다는 것이다. UAE 연구진은 탐사 로버가 영하 173도까지 기온이 떨어지는 달의 밤도 견딜 수 있도록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UAE의 화성 유인 탐사 계획을 맡고 있는 아드난 알 라이스는 네이처에 “밤에 로버가 견디려면 새로운 기술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술은 장차 화성 탐사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UAE는 최근 우주탐사의 강소국으로 떠올랐다. 지난 7월 20일 UAE는 일본의 H2A 로켓에 화성 탐사선 아말(아랍어로 희망이란 뜻)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탐사선 아말은 4억9350만㎞를 날아가 내년 2월 화성 궤도에 진입한다. 우주기구를 세운 지 6년, 위성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14년밖에 우주탐사 무대에 본격 진입한 것이다. 이번에 발표한 달 탐사 로버는 미국에서 만든 화성 탐사선과 달리 개발 과정이 모두 UAE에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UAE는 우주개발 초기 우리나라의 도움을 받았다. UAE는 우리나라 위성 개발 업체 쎄트렉아이의 도움을 받아 2009년 첫 인공위성 두바이샛을 개발했다. 2013년 두바이샛2도 쎄트렉아이와 공동 개발했다. 하지만 UAE가 속도전을 벌이는 사이 우리나라는 정권에 따라 우주개발이 오락가락하면서 뒤처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달 궤도선과 착륙선을 각각 2022년, 2030년 발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