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에 퍼져 있는 다양한 병원체들이 유리섬유로 이뤄진 다공성 패드에 포집되는 모습./KIST

국내 연구진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바이러스를 현장에서 바로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가 비말(침방울)은 물론 에어로졸(공기입자)로도 퍼진다고 알려진 만큼 연구가 발전하면 코로나 방역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분자인식연구센터 이준석 박사 연구진이 광주과학기술원 김민곤 교수, 건국대 송창선 교수와 함께 공기 중의 박테리아와 곰팡이, 바이러스를 현장에서 포집하고 동시에 검출할 수 있는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달 22일 미국화학(ACS)가 발간하는 ‘ACS 센서’ 인터넷판에 실렸으며, 인쇄본 표지논문으로 선정돼 곧 출판될 예정이다.

◇바이러스와 항체 결합 눈으로 확인

공기 중에 퍼져있는 세균이나 곰팡이,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체를 검사하려면 일단 특정 장소의 공기를 포집하고 실험실에 가져와 수 시간에서 길게는 수일씩 걸리는 분석 작업이 필요하다. 현장 검사 기술은 세균 또는 곰팡이의 농도는 알 수 있지만 특정 미생물의 유무나 입자 크기가 작은 바이러스를 구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이 개발한 일회용 바이러스 포집·진단 키트는 임신 진단 키트와 유사한 형태로, 별도의 세척이나 분리 없이 하나의 키트 내에서 최대 50분 안에 부유 바이러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공기 중의 바이러스 진단 과정. 바이러스가 먼저 유리섬유로 이뤄진 다공성 패드에 포집되고, 모세관 현상으로 이동한 다음 항체와 결합하면 적외선이 나와 확인할 수 있다./KIST

먼저 진단 키트는 공기 중의 바이러스를 유리 섬유 필터인 다공성 패드에 수집, 농축한다. 이후 바이러스는 식물 뿌리가 물을 빨아들이듯 모세관 현상에 의해 검출 영역으로 이동한다. 키트는 특정 바이러스에만 결합하는 면역단백질인 항체가 미리 부착돼 있다.

바이러스가 항체와 결합하면 함께 부착된 나노입자가 적외선을 낸다. 연구진은 키트에 적외선을 확인하는 장치를 붙여 눈으로 바로 공기 중에 바이러스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진단 키트에 항체를 여러 가지 붙여 놓으면 동시에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도 있다.

연구진은 실험실에 온도와 습도, 풍속을 조절할 수 있는 용기를 만들어 실험을 진행했다. 850리터 공간에서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 등 5가지 바이러스로 실험한 결과 다공성 패드는 공기 중의 바이러스를 100만 배 이상의 농도로 농축했다. 이중 82%를 모세관 현상으로 뽑아내 항체 결합 반응을 시험할 수 있었다.

◇바이러스 감지되면 자동 환기도 가능

KIST 이준석 박사는 “일반적으로 공기 중에 많이 퍼져있는 서너 종의 병원체를 현장 진단하는 키트로 개발하겠다”며 “미세먼지 경고처럼 기준치 이상으로 공기 중에 병원체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환기를 시키거나 필터를 교체하는 공조 시스템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코로나 바이러스도 공기로 퍼진다고 알려졌지만 아직 공기 감염의 정확한 기준이 나오지 않아 실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