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농장에서 코로나 감염 우려로 밍크를 살처분하고 있다./AP연합

덴마크의 밍크 농장에서 발견된 코로나 바이러스 돌연변이가 다행히 현재 개발 중인 백신을 무력화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농장에서 코로나가 급속히 퍼지고 있어 밍크 살처분은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13일(현지 시각) “과학자들이 덴마크 방역 당국이 새로 공개한 밍크의 코로나 바이러스 유전자 정보를 분석한 결과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더 잘 퍼지거나 치명적이라는 증거나 개발 중인 백신이나 치료제를 무력화시킬 것이라는 단서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완치자 항체도 소용 없는 밍크 바이러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밍크에서 사람으로 퍼진 코로나 바이러스 일부가 코로나 완치 환자의 항체가 듣지 않는 돌연변이체였다”며 “방역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기 전에 자국 내 밍크 1700만 마리를 모두 살처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바이러스가 인간 사회에 퍼지면 백신도 소용이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덴마크 국립혈청연구소는 밍크 농장 40군데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시료를 채취해 유전자를 분석했다. 여기서 170건의 돌연변이체가 확인됐다. 또 덴마크 코로나 환자 5분의 1에서 채취한 바이러스 시료에서도 밍크에서 유래한 돌연변이체 300건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돌연변이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체에 결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 부분이 달라진 것을 확인했다. 백신이나 항체 치료제가 스파이크를 공략한다. 이 점에서 자칫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실제로 농장 5군데에서 12명이 감염된 이른바 ‘집단 5’ 변이체 바이러스는 코로나 완치 환자의 혈액에서 나온 항체에도 무력화되지 않았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사진. 표면에 돋은 돌기 모양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인체 세포에 결합시켜 감염된다./NIAID

◇돌연변이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퍼지지 않아

덴마크 정부의 밍크 살처분 발표 이후 과학계에서는 제대로 된 과학적 근거가 없이 백신이 효과 없다는 공포감을 조성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덴마크에서도 밍크 살처분이 법적 근거도 없이 자국 내 주요 산업을 파괴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덴마크는 전 세계 밍크 사육의 40%를 차지한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아스트리드 아이버슨 교수는 네이처에 “덴마크 정부가 새로 공개한 유전자 정보에 따르면 밍크에서 발생한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더 잘 전염되거나 증상을 심하게 하지도, 사망률을 더 높이지도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유전자 정보를 분석한 과학자들은 집단 5 변이체는 사람에게 감염돼도 더 이상 퍼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백신이나 항체 치료제를 무력화시킬 것이란 우려는 과장된 것이라고 밝혔다.

농장에서 감염된 사람은 분명 엄청난 양의 바이러스에 노출된 게 확실하지만, 지난 9월 이후 이 변이체는 더 이상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변이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밍크에게 잘 퍼지는 데 도움을 줬지만 사람에게는 영향을 줄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이이버슨 교수는 “덴마크 연구진의 항체 실험도 치료제나 백신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리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도 지적했다.

물론 사람에게 더 잘 퍼지는 밍크 변이 바이러스도 있다. Y453F이라는 변이 바이러스는 역시 스파이크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염기서열에 변화가 생겼다. 생명체는 유전자의 염기서열에 따라 아미노산을 종류별로 연결해 최종 단백질을 만든다. 하지만 이 역시 장차 치료제가 잘 듣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아이버슨 교수는 밝혔다.

◇밍크 코로나 감염 늘면서 살처분 국가 잇따를 듯

그럼에도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밍크에서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어 자칫 밍크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거대한 저장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은 타당하다고 과학자들은 밝혔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밍크 집단 내부에서 퍼지면서 다른 동물에게도 감염되는 변이체가 발생할 수 있다. 아이버슨 교수는 “덴마크에는 사람보다 밍크가 세 배는 많다는 점에서 밍크 살처분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람을 통해 코로나에 감염된 밍크는 덴마크 이외에 네달란드, 스웨덴, 스페인, 이탈리아, 미국에서도 발견됐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는 내년부터 밍크 모두를 살처분해 2024년까지 밍크 사육을 끝낼 계획이다. 미국과 스페인에서도 밍크를 대규모로 살처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