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유인(有人) 우주선이 첫 공식 발사에 성공하면서 민간 우주 수송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했다.
스페이스X는 유인 우주선 ‘리질리언스(Resilience·회복력)’가 15일 오후 7시 27분(미국 동부시각·한국 시각 16일 오전 9시 27분)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크루-1’으로 명명된 이번 유인 우주선 발사 임무는 민간 우주 운송 시대를 여는 실전 무대다. 스페이스X는 지난 5월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 소속 우주비행사 2명을 우주선에 태워 우주정거장으로 보냈다가 8월에 지구로 귀환시켰지만, 어디까지나 시험 비행이었다. 이번 발사는 나사 인증 아래 진행되는 첫 공식 임무다.
앞으로 지구 귀환 임무까지 성공하면 미국은 2011년 우주 왕복선 퇴역 이후 처음으로 민간 주도로 우주인을 수송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다.
◇우주정거장 체류 첫 흑인 우주인도 탄생
우주 왕복비행 실전 무대에 투입된 우주인은 나사 소속 우주선 선장 마이크 홉킨스(51), 조종사 빅터 글로버(44), 여성 물리학자 섀넌 워커(55)와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소속 노구치 소이치(55) 우주비행사다.
특히 글로버는 이번에 우주정거장에 체류하는 첫 흑인 우주인이 된다. 나사에 따르면 흑인 우주비행사는 지금까지 17명이 배출됐지만, 우주정거장에 체류하면서 임무를 수행한 사례는 아직 없다.
우주인들은 우주정거장 도킹에 성공하면 6개월 동안 우주에 머물면서 식품 생리학 연구, 유전자 실험, 작물 재배 실험 등 다양한 임무를 진행하고 내년 5월 지구로 귀환한다.
크루-1 승무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부터 인종차별 항의시위, 경제 침체, 대통령 선거가 촉발한 사회 갈등에 이르기까지 올해 발생한 다양한 시련을 이겨낸다는 의미로 우주선 명칭을 리질리언스라고 지었다.
스페이스X는 “이번 비행은 미국의 미래 우주 탐사를 위한 전환점으로 가장 안전하고 첨단 기술력이 집약된 유인 우주비행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달과 화성, 그 이상의 우주 탐사를 향할 임무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리질리언스는 당초 14일 발사될 예정이었지만 전날 나사가 스페이스X 재활용 로켓인 ‘팰컨9’의 1단계 추진체 회수 작업을 고려해 해상 바람 등 기상조건을 보고 발사시기를 조정했다.
스페이스X는 유인 우주선을 실은 팰컨9 로켓을 발사하면 대서양 해상에 무인 선박을 띄워 1단 로켓을 회수하는데, 이 작업은 바람이 강하게 불지 않고 바다가 잔잔해야 가능하다.
앞서 스페이스X는 지난 10월 23일 유인 우주선을 발사하려다 로켓 엔진 교체 문제 등으로 두 차례 발사시기를 연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