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나와 육지를 행진하는 태국 새우들. 우기에 강물이 불어나면 몸집이 작은 어린 새우들이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 강을 나와 다른 서식처로 이동한다./Watcharapong Hongjamrassilp

땅거미가 지면 새우들이 강가에 모여들기 시작한다. 해가 지자 새우들은 물 밖으로 나와 행진을 시작한다. 밤새 강가에서 새우들의 행진이 이어진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생태진화생물학과의 대니얼 블럼스타인 교수와 박사과정의 와차라퐁 홍잠라실릅 연구원은 지난 9일 국제 학술지 ‘동물학 저널’에 태국 동북부에서 8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우기마다 목격되는 새우들의 육지 행진을 발표했다.

해가 지고 강을 나와 육지를 이동하는 태국 새우들./Watcharapong Hongjamrassilp

◇아가미에 물방울 보관해 산소 공급

홍잠라실릅 연구원은 해마다 수십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새우들의 행진을 20년 전 처음 알았다. 그는 생물학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새우를 연구 주제로 삼았다. 그는 태국 우본 랏차타니 지역의 강 아홉 군데를 조사해 두 군데에서 새우들의 행진을 발견했다.

연구진이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새우들은 해질녘부터 동틀 무렵까지 행진을 한다. 행진 거리는 상류로 약 20m에 이르렀다. 일부 새우는 물 밖에서 10분 이상이나 머물렀다. 홍잠라실릅 연구원은 18일 뉴욕타임스지에 “새우가 걸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척 놀랐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새우들이 물방울이 튀기는 곳에 머물러 새우의 아가미가 수분을 유지하고 산소를 계속 공급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연구진은 또 새우 껍질이 아가미 주변에 심해 잠수 헬멧 같이 소량의 물을 가둔 것도 관찰했다.

태국에 사는 징거미새우과의 민물새우. 강물이 불어나면 육지로 나와 새로운 서식처를 찾아 이동한다./Watcharapong Hongjamrassilp

◇강물 불어나면 어린 개체만 이동

DNA를 분석한 결과 새우들은 민물새우인 징거미새우과(科)의 ‘마크로브라키움 디엔비엔푸엔스(Macrobrachium dienbienphuense)’ 종으로 확인됐다. 이 새우는 생애 일부를 새로운 서식처를 찾으러 상류로 이동하는 데 쓴다. 행진하는 새우들은 대부분 어린 개체였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새우들이 우기에 강물이 불어나 물살이 세지면 생존을 위해 육지로 떠난다고 설명했다. 몸집이 큰 새우는 강물에 떠내려가지 않고 견딜 수 있어 행진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을 떠난 새우들은 육지에서 다양한 위험에 처한다. 개구리와 뱀, 거미들이 그들을 노린다. 연구진은 천적들이 강가에서 새우들을 기다린다고 설명했다. 길을 잃으면 강에 돌아가기 전에 몸이 말라 죽는다.

연구진은 오랜 진화 과정에서 새우들은 강을 떠나 육지로 이동하면서 새로운 서식처로 퍼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태국의 행진하는 새우는 관광객이 몰리면서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 홍잠라실릅 연구원은 새우에 대해 더 많이 알면 보호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거미에게 붙잡인 새우. 육지를 행진하는 새우들은 각종 위험에 노출된다./Watcharapong Hongjamrassil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