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방역 로봇./KIST
자율주행 방역 로봇./KIST

자외선(UV)과 소독약을 동시에 쓰는 방역 자율 로봇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됐다. 개인 이동 동선을 2~3m 정확도로 실내외 모두 감지해 선별 방역이 가능한 기술도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지난 20일 ‘한국과학기자협회-KIST 연구성과 세미나'를 열고 코로나 관련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개인' 단위로 전염병 전파·확산 예상

KIST 계산과학연구센터 김찬수 연구원은 이날 ‘코로나 확산과 방역 정책의 과학적 근거 마련 시뮬레이션(모의실험)’과 관련한 연구 내용을 발표했다. 김 연구원은 코로나 확산의 규모를 예측하고, 정부 방역 정책들의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는 전국 단위(5000만명 기준) 수퍼컴퓨터 시뮬레이션 도구를 연구 중이다.

KIST가 개발한 시뮬레이션의 특징은 ‘개인’을 기초 단위로 해 감염성 질병의 전파·확산 등을 시뮬레이션한다. 기존 ‘무리’ 단위보다 더 정교한 것이다. 감염성 질병의 특성 자료와 개인의 이동행태 등을 결합해 수주~수개월의 시간 동안 시뮬레이션을 수행한다. 김 연구원은 “질병의 특징 자료를 변화시킴으로써 다양한 질병에 대응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KIST 수퍼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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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m 수준으로 정확한 위치정보 제공

센서시스템연구센터 이택진 책임연구원은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한 개인 동선 파악 기술을 연구 중이다. 신속한 역학조사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역학 조사는 GPS(위성항법시스템)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한다. 이 때문에 실제 밀집도가 높은 실내에서는 활용이 어렵다. 또한 CCTV(페쇄회TV)나 신용카드 결제 정보를 이용하는 것도 제한적이고, 데이터가 없는 경우엔 개인 진술에 의존해야 한다. 즉 역학 조사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이 책임연구원은 실내외 끊김 없는(Seamless) 위치인식 기술을 개발 중이다. 2~3m 수준의 정확도로 위치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GPS가 잘 동작하지 않는 도심지나 GPS 사용이 불가능한 지하 주차장, 실내 공간에서도 모두 높은 정확도의 위치정보 제공 가능하다. 정확한 동선 파악 기술은 확진자가 방문한 시설 전체를 봉쇄할 필요 없고 선별적인 검사를 권장할 수 있게 된다. 즉 경제적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센서시스템연구센터 이택진 책임연구원
센서시스템연구센터 이택진 책임연구원

이 책임연구원은 “별도의 인프라 설치 없이 LTE(4세대 이동통신) 등 기존 이동통신망을 이용하여 위치를 추정한다”며 “카카오모빌리티에 기술이전 되어, 현재 카카오내비에 탑재되었다”라고 말했다. 이 위치 인식 기술과 김찬수 연구원의 질병 확산 예측 기술을 접목해 신속한 역학조사 지원시스템 개발도 추진 중이다

◇자외선, 소독약 동시 사용하는 첫 자율 로봇

스스로 돌아다니며 방역을 하는 자율 주행 로봇도 개발됐다. 지능로봇연구단 김강건 선임연구원은 “‘대한민국 AIDBOT’이라고 이름 붙인 로봇은 자외선(UV) 소독뿐 아니라 소독약 분사도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코로나를 방역하는 과정에서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언택트(비접촉)’ 기반의 로봇을 개발하게 됐다. 세계 각국에서 UV 기반의 간접 소독이나 소독약 분사를 통한 직접 소독 두 가지 방식을 사용하는 로봇이 개발되고 있다. 김 선임연구원은 “UV방식 및 소독약 분사를 동시에 사용하는 로봇은 없다”라고 말했다.

자외선 소독 시연하는 자율주행 방역 로봇

연구진이 개발한 로봇은 두 가지 기능이 모두 탑재됐다. 원격 제어자를 통해 감염 위험 없이 소독 작업을 진행할 수 있으며, 넓은 방역 현장에서 반복 작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이날 시연회에서 로봇은 벽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움직이면서 소독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병원이나 학교 등 다중 이용 시설에서 방역 인력을 대신할 수 있다”라며 “코로나 이후에도 상시 생활 방역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