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안의 후각 점막에서 발견된 코로나 바이러스 입자들(붉은색)./네이처

코로나 바이러스가 코 점막을 통해 뇌까지 침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이 뇌와 척수액에서도 발견됐지만 바이러스가 어떤 경로로 뇌까지 침입하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독일 샤리테 의대의 프랑크 헤프너 교수 연구진은 30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코를 통해 뇌로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코로나 환자에서 나타나는 신경병 증상을 설명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기도로 감염돼 주로 폐렴 등 호흡기 질환 증세를 보이지만 후각과 미각 상실, 두통, 피로, 구역질 등 신경병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번 연구는 코로나 환자 진단과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 환자의 후각, 미각 상실 설명 가능

헤프너 교수 연구진은 코로나로 사망한 남녀 환자 33명을 부검했다. 사망자의 평균 나이는 71.6세였으며 코로나 증상이 나타나고 평균 31일 만에 사망했다.

연구진은 코로나 사망 환자의 코 안과 뇌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인 RNA와 세포에 달라붙을 때 쓰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발견했다. 코 안에는 온전한 바이러스 입자들도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RNA가 가장 많이 발견된 곳은 코 안의 후각 점막이었다.

후각 점막은 뇌로 이어지는 내피와 신경 조직 근처에 있다. 헤프너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후각 점막에 달라붙은 다음, 후각 신경을 통해 뇌의 후각과 미각 중추로 감염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코 안의 후각 점막(R1. 파란색)에서 많이 발견됐다. 여기서 후각 신경을 통해 뇌로 침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네이처

◇호흡 중추도 감염, 정신착란 유발할 수도

바이러스가 뇌까지 침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뇌는 헤르페스(포진) 바이러스나 독감 바이러스, 광견병 바이러스에도 감염된다.

연구진은 이번에 호흡과 심혈관을 통제하는 중추신경계의 연수(숨뇌)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연구진은 “연수에 감염된 코로나 바이러스가 환자의 호흡기 기능 조절에 영향을 미쳐 폐 감염으로 인한 호흡 곤란과 함께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추정했다.

헤프너 교수는 또 뇌에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부 환자에서 나타나는 정신 착란 증세의 원인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는 폐렴 등 호흡기 질환 증세로 인해 뇌에 산소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일어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헤프너 교수는 “뇌에서 호흡을 조절하는 곳에서 발견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런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