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의 입체 구조. 문샷 프로젝트는 전 세계 과학자들이 참여한 공동 연구를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의 핵심 효소를 차단하는 치료제 후보물질 4종을 개발했다./NIAID

전 세계 과학자들의 재능 기부를 통해 획기적인 코로나 치료제 후보 4가지가 개발됐다. 세포 실험에서 효능이 확인된 이 치료제 후보 물질은 특허권 없이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 코로나 극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발간하는 스펙트럼지는 지난 4일 “국제 공동 연구 프로젝트인 ‘코로나 문샷(COVID Moonshot)’이 코로나 치료제 후보물질 4종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문샷은 지난 3월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알피 리 교수 등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막을 화학 합성 의약품 개발을 위해 시작한 국제 공동 연구 프로젝트이다. 문샷은 달 탐사선 발사를 지칭하는 단어지만 지금은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의미한다.

문샷 프로젝트에는 전 세계 30여 연구 그룹이 참여했다./COVID Moonshot

◇전 세계 30여 연구그룹이 자발적 참여

문샷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전 세계 과학자들이 1만4000종이 넘는 후보물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리 교수가 이끄는 인공지능(AI) 전문업체인 포스트이러(PostEra)는 이중 약효가 빠르고 생산이 쉬운 화합물을 추렸다. 이 정보는 다시 참여 과학자들에게 배포돼 검증을 받았다.

인공지능과 과학자들의 집단 지성은 이 과정을 통해 화합물의 설계를 발전시켜 약효가 처음보다 170배 이상 높아졌다. 지난 6개월 동안 전 세게 30여 연구 그룹이 무료 또는 실비만 받고 1000여 종의 화합물을 합성하고 실험했다. 200여 종은 결정 구조도 확인했다. 최종적으로 4종이 가장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포 실험에서 이 화합물들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성공적으로 박멸했으며, 인체 세포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고 프로젝트 측은 밝혔다. 알파 리 교수는 스펙트럼지 인터뷰에서 “후보물질 4종 모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개발됐다”며 “다음 단계로 넘어가 동물실험을 시작하고 인체 대상 임상시험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리 교수는 “후보물질이 4종이어서 선택권이 더 넓다”며 “만약 한 후보물질이 단점을 보이면 빠르게 다른 물질로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샷 프로젝트는 전 세계 과학자들이 참여한 공동 연구를 통해 치료제 후보물질의 설계를 발전시켜 약효를 처음보다 170배나 향상시켰다./COVID Moonshot

◇바이러스 효소 차단해 치료 효과

문샷 프로젝트가 개발한 코로나 치료제 후보물질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가장 취약한 부분인 단백질 분해효소 Mpro를 공략한다. 이 효소가 없으면 바이러스가 복제를 할 수 없다.

프로젝트 측은 이 효소가 사스나 메르스 등을 유발하는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들에도 공통적으로 있다는 점에서 이번 후보물질이 광범위한 효능을 가진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항체 치료제나 백신과 달리 제조와 유통이 쉬운 소분자 화학물질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문샷 프로젝트는 지난 10월 30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에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모든 정보는 특허권 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리 교수는 “특허 제약 없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복제약과 같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약물 발견과 전임상 시험이 끝난 만큼 치료제 개발 비용이 적게 들어 개발 속도가 빠를 것으로 기대된다. 프로젝트 측은 동물실험을 위해 150만달러 모금을 시작했다. 내년 중반 무렵 동물실험이 끝나면 바로 제약사들이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