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마시며 감자칩을 먹으면 지구를 지킬 수 있다. 주당의 술주정 같지만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다. 영국 식품 회사가 맥주와 감자칩 공정에서 나온 부산물을 이용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70%까지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영국 BBC 방송은 지난 7일(현지 시각) “식품회사인 워커스(Walkers)가 맥주 발효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감자칩을 만들고 남은 감자 부산물과 섞어 나중에 감자밭에 뿌릴 비료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기술 덕분에 감자 농사에서 감자칩 제조까지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빠져나가지 않고 내부에서 계속 순환하는 셈이다.
워커스는 영국 CCm이 개발한 이 기술이 상용화돼 비료를 대량생산하면 감자칩 생산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70%까지 줄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워커스는 이산화탄소로 만든 비료를 감자 종자 재배지에 시험 사용했으며, 2022년 감자 농사에 본격 적용할 예정이다.
◇온실가스인 메탄도 재활용
직원 14명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CCm은 영국 정부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이 기술을 개발했다. 비료 제조 공정은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한다. 농업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를 차지하는 것도 가축이 배출하는 메탄 가스와 비료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큰 몫을 한다.
CCm은 맥주 발효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대기에 방출하지 않고 비료로 만들면 다시 땅으로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비료 제조 공정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만 맥주와 감자칩 생산 부산물로 만드는 비료는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고 회사는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친환경 기술로 개발한 비료는 가격도 기존 제품과 비슷하다. 워커스의 모회사인 펩시코는 이번 기술을 다른 식품 제조 공정에서 나오는 귀리와 옥수수 부산물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로 비료를 만드는 기술은 워커스가 이미 도입한 친환경 기술과 함께 온실가스 감축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워커스는 현재 감자칩 공정에서 나오는 감자 부산물을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자라는 미생물로 발효해 메탄가스를 얻고 있다. 메탄가스는 연소시켜 감자칩을 튀기는 데 필요한 전기를 생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