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코로나 수도권 방역 상황 긴급 점검 회의에서 “백신 이전에 치료제부터 먼저 사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2~3월 예상되는 백신 접종보다 치료제가 먼저 개발될 것이라는 언급이었다.

문 대통령 말대로 국내 다수 제약사가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10여 제약사가 현재 사람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하는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셀트리온의 항체 치료제가 개발 속도는 가장 빠르다. 항체 치료제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가장 효과가 높은 항체를 골라 세포 배양 방식으로 대량 생산한 의약품이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임상 시험 2상에서 경증(mild)·중등도(moderate) 환자들에 대한 투약을 마치고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유효성이 확인되면 이달 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 사용 허가를 신청하겠다는 게 회사의 목표다. 밀접 접촉자를 대상으로 한 예방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 3상도 별도로 진행 중이다. 지난 9월부터 사전 생산에 돌입해 치료제 10만명분을 확보했다.

GC녹십자는 혈장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혈장 치료제는 코로나 완치자의 혈장에서 항체가 들어 있는 면역단백질만 골라내 고농도로 농축한 의약품이다. 회복기 환자의 혈장을 중증(severe) 환자에게 수혈하듯 투여하는 혈장 치료와는 다르다. 혈장 치료제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회복 환자 2명 정도의 혈장이 필요하다. GC녹십자는 중증 환자에 대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GC녹십자의 혈장 치료제는 치료 목적으로 승인돼 현재 19개 의료 기관에서 쓰이고 있다.

전통 제약사 대부분은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약물 재창출이란 이미 허가받은 약이나 물질을 다른 질병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다. 원래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코로나 치료제로 쓰이는 미국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가 대표적이다. 종근당은 췌장염 치료제 ‘나파벨탄’의 중증 환자 대상 임상 2상을 올해 안에 끝내고 내년 1월 국내에서 조건부 허가를 신청하는 것이 목표다. 대웅제약은 지난 3일 구충제 ‘니클로사마이드’에 대해 경증·중등도 환자 임상 2상을 신청했다. 그 밖에 신풍제약의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 부광약품의 B형간염 치료제 ‘레보비르’ 등은 각각 경증·중등도와 중등도 임상 2상 환자를 모집 중이다.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로나 치료제가 개발되더라도 환자의 상태나 연령에 따라 효과가 다를 수 있다”며 “고령자나 기저 질환 있는 사람들의 사망률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코로나를 완전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는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