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토종벌은 장수말벌이 벌집을 공격하면 입구에 동물 배설물을 발라 퇴치한다./플로스원

우리 속담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살기가 힘들어도 죽는 것보다 낫다는 말이다. 어떤 동물은 그렇게 소중한 삶을 이어가려고 심지어 일부러 개똥밭에 뛰어든다.

미국 웰즐리대의 헤버 마틸라 교수 연구진은 지난 9일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에 “꿀벌이 말벌에게서 벌집을 지키려고 동물 배설물을 입구에 칠한다”고 밝혔다.

◇벌집 입구에 배설물 발라 장수말벌 퇴치

연구진은 베트남에서 우리 토종벌과 같은 재래종 꿀벌이 똥으로 말벌을 쫓는 모습을 확인했다. 꿀벌들은 장수말벌이 한번 벌집을 다녀가면 근처에서 닭이나 돼지, 물소 등 다양한 동물의 배설물을 물어와 벌집 입구에 발랐다.

장수말벌은 벌집에 침입해 꿀벌을 수천 마리씩 죽인다. 장수말벌은 분비물을 발라 공격 대상을 표시하는데, 그런 벌집은 입구에 더 많은 배설물이 붙었다. 반면 벌집을 공격하지 않고 꿀벌 개체만 공격하는 등 검은말벌에게는 배설물 대응을 하지 않았다.

똥의 효과는 확실했다. 장수말벌은 동물 배설물이 덕지덕지 붙은 벌집에는 덜 내려앉았다. 온다 해도 꿀벌을 공격하는 시간이 94%나 적었다. 연구진은 꿀벌이 가져온 동물 배설물에 장수말벌이 싫어하는 화합물이나 공격 대상을 지정하는 분비물을 가리는 화학 성분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아직 해당 성분은 확인하지 못했다.

중국 산시성 친링산맥에 사는 대왕판다. 기온이 내려가면 몸에 말똥을 바른다./PNAS

◇말똥 성분에 판다의 추위 센서 무뎌져

중국 과학자들은 동물이 활용하는 똥의 유용 성분을 알아냈다. 중국 과학원 동물학연구소의 웨이푸원 교수 연구진은 지난 7일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판다가 추울 때 말똥을 찾는 이유는 그 안에 있는 화학물질이 추위를 잊게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중국 산시성 친링산맥의 자연보호구역에 사는 대왕판다는 종종 말똥을 얼굴에 바르고 심지어 그 위에 몸을 굴린다. 연구진은 2016년 6월부터 2017년 7월 사이 이런 행동을 38번 관찰했다. 판다는 배설된 지 10일이 넘지 않은 신선한 말똥을 선호했고, 영하 5도에서 영상 15도 사이일 때 말똥을 찾았다.

연구진은 말똥에서 베타카로필렌(BCP)과 베타카로필렌옥사이드(BCPO)를 발견했다. 갓 배설된 말똥일수록 이 물질들이 더 많았다. 이 물질이 추위를 견디는 데 도움을 준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판다는 중국 정부가 보호하는 동물이어서 실험을 할 수 없다.

연구진은 대신 생쥐 털에 BCP와 BCPO가 포함된 용액을 바르면 식염수를 바른 쥐보다 차가운 바닥을 더 잘 걷고, 영하의 온도에서도 서로 한데 모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세포 실험으로 말똥에 들어있는 BCP와 BCPO가 온도 변화를 감지하는 세포 수용체를 둔감하게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