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낙타들이 배가 부른데도 굶어 죽고 있다. 뱃속에 든 것이 먹이가 아니라 플라스틱이 때문이다.
미국 과학 매체 사이언스뉴스는 15일(현지 시각) “미국과 아랍에미리트(UAE) 과학자들이 낙타들이 플라스틱을 먹고 굶어 죽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전했다.
미국 5 자이어 연구소의 마르쿠스 에릭슨 박사 연구진은 최근 국제 학술지 ‘사막 환경 저널’ 내년 2월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사막에서 죽은 낙타의 1%가 플라스틱이 사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연구소는 플라스틱 공해 전문 연구 기관이다.
논문 공동 저자인 두바이 중앙수의학연구소의 울리히 베르너리 박사는 2008년 이래 사막에서 죽은 낙타 사체 3만구를 조사했다. 그 중 300구에서 뱃속에 플라스틱 덩어리가 발견됐다. 비닐봉지와 1회용 플라스틱 용기 등이 뭉쳐져 무게가 3㎏에서 최대 64㎏에 달했다.
에릭슨 박사는 “사막에서 먹이를 찾는 낙타에게 비닐봉지나 플라스틱 쓰레기는 모래가 아닌 먹이로 보일 것”이라며 “플라스틱을 잔뜩 먹은 낙타는 더는 배가 고프지 않아 먹이를 찾지 않고 굶어 죽는다”고 설명했다. 플라스틱에 붙은 미생물이나 독성 성분도 낙타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그 동안 바다사자나 고래, 거북, 바닷새 등이 플라스틱을 먹고 위험에 처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육지 동물이 같은 위험에 있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낙타 배에서 나온 플라스틱 덩어리에 ‘고분자 위석(polybezoar)’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위석은 자연 상태에서 식물이나 머리카락 등이 소화되지 않고 단단하게 뭉쳐진 결석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고분자 물질인 플라스틱에 의한 위석이라고 이런 이름을 붙였다.
노르웨이 수질연구소의 루카 니제토 박사는 사이언스뉴스에 “이번 연구로 낙타 사망 원인의 1%가 플라스틱으로 밝혀지면 플라스틱 공해가 낙타에게 위협 요인으로 확인될 것”이라며 “이런 연구는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에릭슨 박사는 “비닐봉지는 바람이 불면 쓰레기통이나 매립지, 자동차와 심지어 사람의 손을 빠져 나와 수백㎞를 날아 간다”며 “비닐봉지와 1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낙타와 다른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데 중요하다”고 밝혔다,